[PO 5차전] '유일한 실점이 결승점' 임태훈의 불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13 22: 42

이 가을 혼신의 피칭을 펼쳤던 그에게는 너무 가혹한 결과였다.
두산의 '아기곰' 임태훈(22)이 마지막 순간 주저앉았다. 불운이었다. 임태훈은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⅓이닝 동안 41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했다. 연장 11회말 박석민에게 끝내기 내야안타를 맞고 눈물을 뿌렸다. 이번 플레이오프 첫 실점이 하필이면 결승점이 된 것이다.
임태훈은 연장 10회말 1사 후 이현승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매경기 등판한 그였지만, 눈앞의 승부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마음이었다. 대타로 나온 첫 타자 강봉규를 투수 앞 땅볼로 직접 처리한 임태훈은 현재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영욱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력을 과시했다. 143km 직구-110km 커브-134km 체인지업의 다양한 레퍼토리였다.

11회말에도 두산의 마운드에는 임태훈이 서있었다. 레스 왈론드-고창성-이현승과 더불어 플레이오프 전경기에 출장한 임태훈은 누가 뭐래도 두산의 수호신이었다. 그러나 첫 타자 김상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게 불운의 시작이었다. 조동찬의 희생번트로 상황은 1사 2루. 신명철을 상대로 4구째 119km 바깥쪽 커브를 포수 양의지가 제대로 블로킹하지 못하는 사이 2루 주자 김상수가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2루와 1사 3루는 천지차이. 그런 어려운 순간에서 임태훈은 127km 포크볼로 신명철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사 3루. 그러나 이어 나오는 박한이와 최형우는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들. 어렵게 승부하면서 차례로 볼넷으로 걸러보냈다. 2사 만루의 압박감. 임태훈은 최고 147km 직구를 뿌리며 박석민을 힘으로 눌렀다. 마지막 7구째도 144km 힘있는 직구. 박석민이 방망이가 건드린 타구는 느리게 유격수 손시헌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러나 타구는 너무 느렸고, 손시헌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으로 쇄도했다. 끝내기 내야안타.
임태훈은 마지막 실점을 하기 전까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수비진이 도움을 주지 못하며 불운의 최종 5차전 패전투수가 되어버렸다. 허리 통증에도 불구하고 최고 149km 강속구를 뿌리며 힘으로 승부하던 임태훈의 투혼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5경기 내내 임태훈이 보여준 투혼을 팬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최고의 명승부에는 언제나 최고의 플레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임태훈의 피칭은 플레이오프 5차전 내내 말 그대로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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