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보다 두산을 피한 현실이 더 다행스럽다".
껄끄러웠던 상대가 걸러졌다.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연장 승부 끝에 삼성의 승리로 끝이 나자 SK 전력분석팀도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의미가 담긴 한숨이었다. 우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결정될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이제 상대가 누군지 알겠다'는 뜻이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불방망이를 휘두른 두산이 탈락한 것에 다행스럽다는 안도감이기도 했다.

SK 전력분석팀 팀장인 김정준 코디네이션 코치는 경기 후 OSEN과의 통화에서 "TV로 경기를 보다가 두산이 5-0으로 앞서자 책상에 앉았다. 두산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해서 관련 데이터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히메네스가 내려간 후에는 다시 TV 앞에 앉아야 했다"고 웃었다.
이어 "삼성, 두산을 떠나 일단 상대팀이 결정돼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한 김 코치는 "삼성이 올라온 것과는 별개로 두산과 상대하지 않게 된 것만은 분명히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무려 3할3푼7리(181타수 61안타)의 팀타율을 기록했던 두산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는 3할3리(178타수 54안타)였다. 포스트시즌 10경기 동안 팀타율 3할2푼(359타수 115안타)을 기록했다. 홈런은 3개에 불과했지만 1번부터 9번타자까지 어느 한 곳 쉬어갈 곳이 없었다.
김 코치는 "두산의 방망이는 이성열과 김현수가 부진했는데도 그 정도였다"면서 "솔직히 두산이 올라올까봐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던질 곳이 보이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이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타격훈련을 지켜본 후 "롯데든 두산이든 한 팀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SK에게는 다행스럽다. 두 팀 다 시즌 때 타격감보다 더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던 김 코치였다.
심리적으로도 두산의 흐름이 좋았다. 롯데에 2패 뒤 3연승을 거뒀고 상대적으로 크게 밀릴 것으로 봤던 삼성과도 2승 2패까지 갔다. 이는 2007년 2연승 뒤 4연패, 2008년 1승 뒤 4연패로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무너졌고 작년 플레이오프에서도 2패 뒤 3연패한 SK에 대한 상대적 두려움을 사실상 치유할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결국 방망이가 한 번 터지면 SK 투수로서는 수습이 불가할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삼성은 삼성대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오승환이 합류할 줄은 알았으나 구자운은 의외다"면서도 "삼성과 두산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두산이라는 방망이팀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산은 야수가 15명이었다. 대신 삼성은 14명이다. 잘치던 채상병이 빠졌다. 15명을 어떻게 상대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14명으로 줄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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