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반드시 일본에 가겠다".
해외 진출의 꿈을 밝힌 것이 아니다.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고 동료들과 함께 한일 챔피언십에 출장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이야기한 것.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2010년 가을의 아쉬움을 다음 시즌 쾌투와 팀 우승으로 앙갚음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13승 6패 평균 자책점 4.02를 기록하며 14승을 올린 켈빈 히메네스와 함께 두산 선발진의 중심축 노릇을 톡톡히 했던 김선우.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국내 투수진 맏형다운 활약을 펼친 김선우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평균 자책점 27.00으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플레이오프서 김선우의 부진에는 말 못할 이유도 있었다. 시즌 내내 무릎 통증으로 고전하던 김선우는 하체보다 상체 팔동작을 더욱 크게하는 투구를 지속했고 결국 팔꿈치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했던 것. 그와 함께 시간이 갈 수록 김선우의 팔각도는 점점 내려갔다.
10일 3차전서 1⅓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선발로 제 몫을 하지 못했던 김선우는 이튿날 4차전 계투 등판을 자원했다. 선발로 자기 활약을 못한 만큼 계투로서 팀에 공헌하겠다는 뜻이었으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2실점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김경문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김선우의 4차전 계투 출장에 대해 "맏형이 선발로 제 몫을 못했다고 다음날 계투를 자청한 점은 선수들에게 대단한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라며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했다. 그러나 두산은 플레이오프 전적 2승 1패까지 우위를 점했다가 2연패로 허무하게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김선우의 아쉬움도 클 법했다.
13일 5차전이 삼성의 6-5 끝내기 승리로 끝난 직후 김선우는 우승을 향해 달리다 미끄러진 현 상황보다 다음 시즌을 바라봤다. 열심히 뛴 동료들과 함께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결실을 맺겠다는 각오였다.
"선수단 모두 고생이 많았던 포스트시즌이었다. 아쉬움보다는 다음 시즌을 바라보며 더욱 힘을 쏟겠다. 우리도 내년에는 일본에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뒤 한일 챔피언십까지 나서고 싶다는 주축 투수의 이야기였다. 또 한 번 가을의 좌절을 맛봤으나 2011년 맹활약을 다짐한 김선우의 각오에는 사나이의 뜨거운 마음이 전해졌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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