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왜 다들 도망가 버렸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10.15 09: 11

KBS 2TV 수목드라마 '도망자 플랜비'(이하 도망자)가 시청률 하락세를 겪고 있다. 동시간대 경쟁작 SBS '대물'과의 경쟁에서 완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첫 회 20%를 넘기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던 '도망자'는 14일 방송분에서 급기야 11.9%까지 떨어졌다.(AGB닐슨기준) 그 많던 시청자들이 다 도망가 버리고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윤진서 성동일 공형진 등 화려한 출연진에 '추노'의 곽정환 PD-천성일 작가 콤비, 일본 홍콩 필리핀 마카오 등 빵빵한 해외로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을 것만 같던 이 기대작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원인은.
일단 경쟁작 '대물'이 만만치 않단 점이다.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등이 출연한 '대물'은 원작 만화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탄탄한 대본을 탄생시켰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란 신선한 소재, 그리고 입지전적인 스토리, 거기에 고현정의 말할 필요도 없는 연기력이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 게다가 연기력에 대한 비난을 달고 살았던 권상우가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때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대물'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렇게 잘난 '대물'과 맞붙다보니 '도망자'는 외부적인 어려움까지 동시에 겪게 되는 것이다. 경쟁작이 너무 센 탓에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인데 문제는 작품 자체의 내부적 흠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도망자'는 우선 볼거리가 굉장한 드라마다. 아시아 각국의 명소를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추격신, 액션신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정지훈과 이정진, 잘 생기고 훤칠한 두 남자가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펼치고 할리우드 액션신 못지않은 결투신을 선보이면 웬만한 시청자들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거기다 여신일 것만 같았던 이나영까지 따귀를 날리고 발차기를 하고 돌려차기를 한다. 14일 방송분에서는 위험천만 카레이싱까지 도전했다. 브라운관에 환상적인 볼거리들이 60여분을 꽉꽉 채워 펼쳐진다. 눈으로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의 속도로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여기저기 복선일 것만 같고 반전이 숨은 것만 같은 설정들이 등장한다.
오락적인 측면에서만 놓고 볼 때 속 시원할 만큼 즐거운 이 드라마는 그러나 몰입을 방해한다. 여기저기 뜬금없거나 과장된 대사와 설정, 또 너무나 굉장한 볼거리들이 등장하면서 이 드라마의 주제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어딘가 미스터리하고 모든 것이 미심쩍은 사건과 이를 둘러싼 주인공들의 추리, 도망, 추적 등의 과정은 조화롭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복잡하고 정신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야기가 흡인력을 지니고 드라마가 몰입을 유도해야 하는데 '도망자'는 그저 예쁘고 멋진 예술 작품들을 모아다 한곳에 모두 진열한 전시장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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