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멤버와 하위타선을 주의하라'.
이번 포스트시즌은 중심타선의 '파괴력'보다 하위타선의 '아기자기함'이 돋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즌 때 주로 백업요원에 머물렀던 선수들도 한 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인상깊은 활약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 경기의 흐름을 바꿀 뿐 아니라 전체 시리즈 판도마저 뒤흔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김성근 감독과 선동렬 감독도 '흐름'을 중시한 만큼 하위타선과 백업멤버들의 활약이 분명하게 전체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광받은 것은 클린업트리오가 아닌 7~9번이었다. 이들은 상대 투수가 쉬어갈 수 있는 소위 하위타선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상위타선으로 찬스를 연결해냈다.
두산에서는 손시헌 이원석 임재철, 롯데는 전준우, 황재균이 있었다. 손시헌과 이원석은 각각 4할7푼4리와 4할1푼7리로 맹활약을 펼쳤다. 임재철은 3할5푼7리였다. 이들은 팀이 거둔 34득점 중 15득점을 합작했다. 이들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고비마다 적시타와 희생번트로 공격의 맥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여기에 용덕한과 정수빈의 활약 역시 아래에서 이뤄졌다.
전준우는 홈런 2방 포함 4할7푼6리를 기록했고 3할3푼3리였던 황재균 역시 공격과 수비에서 제 몫을 다했다. 롯데의 27득점 중 8득점이 전준우와 황재균이 밟은 홈에서 비롯됐다.
삼성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영욱, 김상수가 특히 눈에 띄었다. 둘은 공격과 주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상수는 유격수 겸 9번타자로 나와 4할7푼4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채상병의 타격감도 좋아보였으나 아쉽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5일 문학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SK이 경우 그날 컨디션과 타순의 연결성에 맞춰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이 나뉘어지는 만큼 누가 라인업의 아래를 차지할지 모른다.
주로 나주환과 조동화 등 빠르면서도 작전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안치용, 김연훈 등 대타-백업요원들도 건재하다. 이들은 가끔 장타력을 선보이면서 상대 투수들의 힘을 빼고 있다.
양팀 모두 못치는 선수가 9번타자를 맡는 것이 아니라 상위타선의 연결고리면서 언제든 찬스를 이어갈 수 있는 센스쟁이들이 많다. 주루플레이 역시 만점이다. 그런 점에서 중심타선의 한 방보다는 하위타선의 잔플레이가 사실상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바탕이 될 전망이다. 바로 전광판의 아래를 주시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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