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미리 터진 양준혁 논란, 삼성에겐 되레 전화위복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10.15 11: 02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지난 14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엔트리에 들지 못한 양준혁의 덕아웃 출입을 놓고 김성근 SK 감독과 선동렬 삼성 감독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 오히려 삼성에게는 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양준혁을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덕아웃에 앉힐 것인가'라는 질문에 선 감독은 두산의 예를 들며 SK측에 양해를 구한 후 계속 벤치에 앉히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을 강조, 원칙대로 해주길 바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규정대로 하겠다"면서 "경기 전 룰 미팅을 통해 양팀에 통보하겠다"고 말해 양준혁을 벤치에 앉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양준혁은 더 이상 경기 중에 덕아웃에서 경기를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삼성팬들은 불편한 심기와 함께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신'으로 불리는 레전드급 선수를 좀더 오래 보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양준혁 논란이 그나마 한국시리즈 전에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SK는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면서 줄곧 삼성 벤치에 앉아 있는 양준혁을 주시했다. 은퇴식까지 했지만 후배들의 포스트시즌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좋았지만 경기 중에도 덕아웃에 앉아 상대팀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 보고 있다는 데 부담을 느꼈다.
SK 한 관계자는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양준혁은 다른 선수와 다르다. 젊은 선수가 몇명 앉아 있다면 그냥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코치가 한 명 더 벤치에 앉아 있는 셈"이라면서 "그것도 얼마전까지 경기에서 뛰었던 선수 아닌가. 한국시리즈는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무대다. 당연히 부담이 된다. 작은 꼬투리 하나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마 김성근 감독께서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코칭스태프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된 것으로 안다"면서 "미리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경기 도중 시끄러워지는 불상사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측에서는 삼성 측이 알아서 양준혁을 벤치에서 내보내길 바랐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성근 감독이 어필에 나섰을 것이 확실했다. 이럴 경우 규정을 어긴 삼성이나 양준혁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감정의 선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감독들은 종종 분위기 반전용으로 어필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 김 감독은 이를 이용하는 감독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은 양준혁에 대한 어필은 있었을 것이고 규정에 따라 양준혁은 퇴장을 당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과거에도 종종 어필을 통해 시리즈 전체 흐름을 뒤바꿔 놓기도 했다.
 
양준혁은 경험이 부족한 삼성에게는 분명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의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양준혁과 선동렬 감독과는 아무런 개인적인 문제도 없다"고 말해 공적이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사적인 감정에 좌우될 김 감독도 아니란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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