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에 가려졌던 삼성 마운드의 '비밀병기' 구자운(30)이 팀의 패배 속에서도 빛나는 투구를 선보였다.
구자운은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팀 레딩에 이어 7번째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불과 몇 달전 퇴출 직전의 투수로 보기 힘들만큼 좋은 투구였다.
구자운은 팀이 4-9로 뒤진 6회 2사 1,3루에서 이우선을 구원 등판해 첫 타자 박경완을 상대로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SK의 간판 선수를 잡아낸 덕분일까. 구자운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거침없는 공을 뿌렸다.

전타석에서 안타를 한 개씩 신고한 나주환, 정근우, 박재상을 차례로 잡아냈다. 3회 안타를 친 나주환을 6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구자운은 타격감이 좋은 정근우 마저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전 타석에서 2루타를 친 박재상을 2루수 앞 땅볼로 가볍게 요리했다.
마운드를 내려가기까지 20개의 공을 던진 구자운은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를 13개나 잡아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에 머물렀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느끼는 스피드는 이 보다 빨랐다. 여기에 135km 투심 패스트볼과 122km 커브까지 섞어 던졌다.
올 시즌 1군에서 단 한 경기(7월 8일 SK전 3이닝 1피안타 2실점) 출장에 그쳤던 구자운은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6승 5패 평균 자책점 4.59로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구위 회복세가 삼성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직구 스피드가 140km 후반까지 나왔다. 제구도 좋았다. 덕분에 그는 윤성환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2004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가을 잔치를 구경만 했던 구자운이지만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 자책점은 2.13으로 뛰어나다. 한국시리즈서의 평균 자책점이 5.31로 다소 높은 편이지만 이는 경험이 부족하던 시절 완급 조절이 필수인 선발로 나섰던 탓이 컸다. 비록 삼성은 SK에 5-9로 패했지만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구자운의 투구는 눈부셨다.
agassi@osen.co.kr
<사진>인천=손용호 기자/ spjji@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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