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짧게 쥐었다. 큰 것을 노리지 않았다. 방망이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수비수들이 없는 곳으로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 큰 경기에 강한 사나이는 그렇게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SK '캐넌히터' 김재현(35)의 마지막 가을 이야기다.
김재현이 또 한 번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김재현은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9-5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3-3으로 맞선 5회 삼성 오승환에게 결승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작렬시키며 승부의 추를 SK 쪽으로 가져오는데 앞장섰다. 6회에는 쐐기 적시타까지 한 방 더 터뜨렸다. 경기 후 데일리 MVP도 당연히 김재현의 몫이었다.
2회 첫 타석부터 김재현은 끈질겼다. 삼성 선발 팀 레딩과 2-3 풀카운트에서 9구까지 승부를 벌였다. 3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짧게 쥔 방망이에서는 기백이 흘렀다. 4회에는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6회 3-3 동점이 된 2사 만루에서 오승환을 상대했다. 초구와 2구를 스트라이크로 그냥 흘려보냈다. 하지만 이후 3개의 볼을 골라낸 후 6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142km 직구를 간결하게 짧은 스윙으로 밀어쳤다.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2타점 적시타. 1차전 결승타였다.

6회 4번째 타석에서도 김재현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8-4로 승기가 SK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2사 1·2루의 득점권 상황이었다. 먹잇감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는 맹수처럼 김재현은 마지막까지 삼성의 숨통을 조였다. 이우선과도 2-3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6구째 126km 슬라이더를 호쾌하게 잡아당겨 우익수 앞 떨어지는 안타로 2루 주자 최정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김재현은 득점권에서 2타수 2안타 1볼넷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마지막이 될 한국시리즈에서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보여준 것이다.
경기 후 김재현은 "올해는 내게 정말 뜻깊은 한해다. 선수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며 주장답게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이제 1승을 거뒀을 뿐이다. 4승을 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트레이드마크가 된 짧게 쥔 방망이로 마지막 가을을 나고 있는 김재현.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하는 그의 마지막 가을, 한타석 한타석 짧게 쥔 방망이에 시선이 모아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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