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업다운'김광현, '최상'의 컨디션이 부른 '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0.16 07: 35

'업앤 다운'은 투수에게 있어서 꼭 피해야 할 단어다. 특히 선발 투수에게는 꾸준함이 생명과도 같다. 감독들은 '롤러코스터 피칭'보다 '스테디 피칭'을 하는 투수를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22)은 김성근 감독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아쉬운 점은 올 시즌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1차전을 앞두고 SK 김정준 전력분석팀 팀장도 "김광현은 힘이 넘쳐 흘러 죽는다"는 표현까지 쓰며 최상의 몸상태임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나치게 좋은 몸상태와 자신감이 도리어 화를 부르고 말았다. 김광현은 4⅔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8탈삼진 3실점(3자책)하면서 강판됐다. 총투구수는 82개였고 직구는 평균 140km부터 152km까지 나왔다.
▲지나친 자신감이 부른 '화'
출발은 너무 좋았다. 올 시즌 등판한 그 어떤 경기보다도 공 끝의 위력이 있었다. 제구도 좋았다. 덕분에 김광현은 1회 1사 후 2번 김상수부터 3회 선두타자 7번 강봉규까지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덕분에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6타자 연속 탈삼진 신기록을 달성했다. 4회 김상수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광현은 5회 선두타자 진갑용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급격히 무너졌다. 가장 큰 원인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찾아왔다. 보통 투수들은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이 있다. 속된 말로 손 끝에 공의 실밥이 긁힌다는 말을 한다. 보통 이럴 경우 맘 먹은 대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위기가 오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김광현이 그런 케이스였다. 김광현은 5회 선두타자 진갑용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이어 신명철에게 좌중월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강봉규에게 초구 파울을 유도한 뒤 연속해서 볼 4개를 던졌다. 투구 매커니즘이 무너지면서 심리적으로도 위축됐다. 보통 투수들 스스로가 "컨디션이 나쁜 날보다 좋은 날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자신감을 갖고 던지다보면 맞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나친 변화구 구사는 '독'
김광현은 이날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으뜸이었다. 슬라이더는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붙여 잡아 실밥에 올려 놓는다. 직구와 같은 팔 각도와 스윙에서 중지에 힘을 준 상태에서 강하게 실밥을 긁어주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간다. 김광현은 이날 슬라이더가 손가락에 긁히는 날이었다. 슬라이더 각도는 평상시를 유지했지만 스피드가 평소 때보다 6km이상 더 나왔다. 보통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다.
김광현은 1회 1사 후 2번 김상수부터 3회 선두타자 7번 강봉규까지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낸 모든 구종이 슬라이더였다. 제구 역시 원바운드 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며 낮게 유지됐다. 김상수에게 141km 슬라이더를 시작으로 박석민(144km), 최형우(139km), 진갑용(143km), 신명철(139km), 그리고 강봉규(142km)까지. 최형우를 제외하고 5타자는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헛스윙 후 걸어 들어가는 타자들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이 투수들의 심리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도 "김광현은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나 경기 초반 지나치게 변화구를 많이 던져 지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변화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경기 중반 김재현의 2타점 역전 적시타와 박정권의 3점 쐐기포 덕분에 SK는 삼성을 9-5로 물리쳤고, 김광현도 패전투수가 되지 않았다. 다음 경기에서 실패를 교훈 삼아 어떤 투구를 보여줄 지 기대된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