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이 안 나오는 것이 유일한 수확이야".
SK 김성근 감독은 여유가 없는 듯했다.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좀처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남들이 보면 여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삼성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혈전을 치렀지만 SK에 별다른 득이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유일한 수확'을 언급했다. "차우찬이 일찍 안 나오는 것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수확이다. 수확이라면 그것뿐 나머지는 없다"고 김 감독은 잘라 말했다.
김 감독이 가장 부담을 나타낸 투수가 바로 차우찬이다. 올해로 프로 데뷔 5년차가 되는 차우찬은 37경기에서 1차례 완봉과 2차례 완투를 포함 10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에 조금 못 미쳤지만 제도권 진입으로 칠 경우 이 부문 2위에 해당한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와 함께 승률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7월 이후에는 류현진(한화) 김광현(SK)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로 불릴 만한 위력을 떨쳤다.

특히 차우찬은 SK를 상대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 감독이 차우찬에게 부담을 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차우찬은 올해 SK를 상대로 9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19를 기록했다. 특히 선발로 나온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하면서 평균자책점 1.29로 SK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3경기 평균 투구이닝이 7이닝에 달할 정도로 이닝이터 기질까지 발휘했다. SK로서는 여간 까다로운 투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차우찬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3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3.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1차전과 5차전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하면서 강판됐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두산과 SK는 다르다. 두산은 타자들이 아주 잘 치더라"며 차우찬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차우찬의 구위 자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우찬은 "중요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못 던져 부담감이 생겼다"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이번에 잘 던지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시리즈를 설욕의 무대로 삼고 있다. 하지만 SK도 페넌트레이스에서 당한 만큼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SK는 1차전에서 11안타 6볼넷 2사구로 9득점하며 타자들의 실전 감각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SK는 정근우와 김강민이 나란히 14타수 5안타 타율 3할5푼7리로 차우찬에 강했다. 차우찬은 "(정)근우형이 가장 잘 친다. 중요할 때 하나씩 터뜨린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SK로서는 한국시리즈 2연승과 함께 차우찬과의 천적관계 청산이라는 과제까지 안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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