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의 공식경기 마운드 복귀.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삼성 '돌부처' 오승환(28)이 복귀전에서 아쉬움이 남는 피칭을 했다. 오승환은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회 네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지난 6월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무려 4개월만의 복귀전이었다. 그러나 투입시점이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3-2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밀어내기 볼넷과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 경기 전

오승환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발탁은 전격적이었다. 삼성 불펜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소모전을 펼친 가운데 오승환이 2군에서 착실하게 컨디션과 구위를 끌어올렸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오승환의 기용법에 대해 "안지만과 더블 스토퍼로 기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7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고 쭉 재활에 매진해 온 오승환이었지만 이름값에 거는 기대는 큰 무대에서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오승환은 "말 한마디보다는 경기에 나가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수술 후 통증은 전혀 없고 재활도 잘 마쳤다. TV 중계를 보며 생각도 많이 했다"며 "보직을 떠나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상관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백의종군의 자세를 나타냈다. 이어 "오랜만의 포스트시즌이지만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겠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신있게 던질 것이다. 내 장점은 직구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있게 돌직구를 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 중
오승환은 매우 부담스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1점차 리드의 2사 만루. 타자는 대타로 나온 베테랑 박재홍이었다. 오승환은 경기 전 말대로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쳤다. 초구에 변화구를 던진 것을 빼고는 모두 직구로 승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찍혔다. 그러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어렵게 승부해야 했다. 결국 6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내줬다. 포수 진갑용은 몸쪽으로 붙어있었지만 오승환의 공은 바깥쪽 낮게 원바운드로 떨어졌다. 제구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어 상대한 김재현과도 6구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초구와 2구를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역시 다소 높게 몰린 공들이었다. 이후 오승환은 3개의 볼을 던졌는데 모두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슬라이더가 유인구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6구째 승부구로 바깥쪽으로 142km 직구를 던졌지만 높게 형성된 공은 방망이를 짧게 쥔 김재현의 간결한 스윙에 걸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 나가는 2타점 좌전 적시타가 되고 말았다. 12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고작 5개에 불과했다.
▲ 경기 후
경기 후 삼성 선동렬 감독은 오승환의 피칭에 나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선 감독은 "오승환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한창 때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오승환을 계속 기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 감독은 "2사 만루에서 오승환이 힘으로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부담스런 상황에 투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오승환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제구 난조 역시 실전감각의 부재로 볼 수 있다.
반면 오승환으로부터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김재현의 생각은 달랐다. 김재현은 적시타 상황에 대해 "풀카운트라 노리는 타격은 쉽지 않았다. 물론 오승환이라는 투수는 좋은 투수지만, 147~148km까지 구속이 나와도 볼끝이 좋지 않아 높은 공을 보고 친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높은 공이 와서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승환의 볼끝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져 마음 편하게 먹고 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제구 난조와 실전감각을 떠나 공의 구위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김재현의 평가였다.
1차전 등판에서 뼈아픈 결과를 낳은 오승환. 과연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최고 마무리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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