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도루 실패로 추격의 의지를 스스로 접은 게임이었다. 삼성은 4회 이영욱이 단독도루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6회와 7회 도루자는 생각해볼 부분이었다. 1-2로 뒤진 6회초 공격서 선두타자 조동찬이 좌전안타로 출루하고 1사 1루에서 이영욱 타석 때 볼카운트 0-2에서 당연히 상대 투수는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상황이었다.
이 때는 설령 도루 작전이 나왔다해도 본인이 스타트가 늦었다 생각하면 뛰지 말았어야 한다. 상대가 무조건 직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상황이고 조동찬의 도루 준비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 중심이 오른발에 위치한 모습을 처음부터 노출시켜 상대 포수가 도루 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 결국 2루 도루에 실패했고 이영욱은 볼넷을 나가 안뛰고 살았으면 1사, 1, 2루의 찬스로 연결될 수 있었다. 삼성으로선 조동찬이 좀 더 센스 있는 플레이를 해줬으면 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야구에서 작전이 걸리면 무조건 타자가 실행해야 하는 것은 히트 앤 드런과 스퀴즈 번트이다. 반면 작전이 걸려도 안해도 되는 것은 도루와 보내기 번트로 타자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조동찬의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했다.

또 1-3으로 뒤진 7회초 공격서도 박한이의 주루 플레이 미숙이 아쉬웠다. 박한이는 선두타자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다음타자 박석민의 타석 풀카운트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다가 타자 박석민은 헛스윙 삼진 아웃이 됐고 박한이는 2루 베이스 근처도 가지 못한 채 도루에 실패했다. 박한이로서는 볼카운트가 2-3이므로 먼저 스타트를 끊던가 그렇지 않으면 타격감이 상승세를 탄 박석민이 치는 것을 보고 움직여야 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도루 시도였다.
2번에 걸친 도루실패가 결국 삼성 추격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삼성으로선 선발 차우찬이 비교적 호투했으나 주자 플레이가 뒷받침되지 못해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SK도 이날 승리는 했으나 썩 뛰어난 공격력은 아니었다. 최정 혼자서 홈런 2방을 날리며 분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SK도 0-1로 뒤진 2회말 공격서 박정권의 보내기 번트 실패후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박정권은 작전대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으나 자신이 살려는 의지를 강해 세이프티 번트를 댄 것은 문제였다. 보내기 번트 상황이면 확실하게 번트 모션으로 들어가서 대주는 것이 정석이다. 결국 박정권의 보내기 실패 후 삼진을 당하는 바람에 점수를 내지 못하고 초반 끌려가는 상황이 계속됐다.
타자들은 보내기 번트를 실패해 투스트라이크로 몰렸어도 팀배팅으로 주자를 진루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팀배팅으로 주자를 진루시키면 보내기 번트 성공과 다름없다. 요즘 타자들은 희생 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일권(54) 해설위원은
한국 프로야구 1세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도루왕 3연패를 비롯해 총 5차례 도루왕을 차지하는 등 ‘원조 대도’로 명성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다.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야구 올스타로 화려한 현역생활을 보냈다. 해태 타이거즈 전성기 멤버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었다. 쌍방울-현대-해태-삼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후배들을 스타로 이끌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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