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 문구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SK는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4-1로 앞선 9회 송은범이 마운드에 올랐다. 3점차 세이브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SK가 사실상 이날 분위기를 완전하게 접수한 상태였다.
따라서 올 시즌 불펜으로 등판한 26경기에서 2승 4홀드 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으로 뚜렷하게 특급 마무리로 떠오른 송은범의 등장은 삼성에게 절망을 안기는 것이었다.

송은범의 등판은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일단 이날 경기만 보면 앞선 공격에서 주자가 보여준 실수를 확실하게 덮을 정도의 위압감을 연출했다. 4-1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 상황서 2루주자 김강민이 어이없는 견제사로 굳히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움직임을 놓치는 찰라 날아든 정인욱의 견제에 꼼짝없이 태그아웃됐다.
야구가 그렇듯 자칫 작은 것이 빌미가 돼 흐름을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대현은 9회에도 그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곧장 SK 가토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승은범이 투수 교체를 위한 전기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송은범은 첫 타자로 나선 발빠른 타자 강명구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어 이영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송은범은 까다로운 김상수마저 2루 땅볼로 유도, 경기를 끝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예정했던 대로 나왔다. 정대현-정우람-송은범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대타가 나오는 바람에 송은범을 바로 투입한 것"이라고 말해 확실한 승리와 함께 상대의 기를 꺾어 놓으려 했다고 밝혔다.
송은범도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다. 전날 1차전에서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나와 승리를 확정지은 송은범은 "송은범은 이제 나를 그냥 특급보다는 '초특급 마무리'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경기 전에는 가벼웠던 팔이 이제는 다시 무거워졌다"면서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을 한 후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점하지 않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송은범은 "상대에게 1점이라도 주게 되면 다음 경기에도 분명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상대팀이 아예 기대를 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마무리 임무까지 어엿하고 분명하게 숙지한 모습이었다.
승리를 확신하더라도 철저하게 밟고 다져 1승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SK.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는 스윙맨으로 뛸 가능성이 높은 송은범의 투입은 곧 삼성에게 남은 일말의 반격 기회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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