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지난 1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의 개막전이 끝난 뒤 이규섭이 꺼낸 얘기다.
이날 이규섭은 35분 57초를 뛰면서 17점을 기록해 삼성의 짜릿한 연장전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에서 이규섭보다 많이 뛴 선수는 가드 이정석이 전부였다.

그러나 팬들의 눈길을 끈 것은 외형적인 기록이 아닌 달라진 이규섭의 플레이다. 이규섭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농구를 선보였다. 과거 '받아먹는' 농구로 비난을 받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규섭은 공격에서는 확실한 3점슛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수비에서는 큰 키를 활용해 도움 수비까지 책임졌다. 특히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수비는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규섭이 달라지니 삼성의 공격도 매서워졌다. 돋보이는 대목은 역시 외곽 공격. 이규섭을 중심으로 이정석과 김동욱 등이 확실한 찬스를 만들어 3점슛을 던지면서 위협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삼성의 3점슛 성공률이 47%였다. 할 말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이규섭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의 강훈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평소 97kg에 달하는 체중이 4kg이나 줄어들었다.
이규섭은 자신의 변화를 책임감으로 설명한다. KBL과 달리 국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이 뛰는 농구가 필요한데 자신이 그 발목을 붙잡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규섭은 "KBL은 정적인 농구가 많아요. 아무래도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많은 탓일 거예요. 외국인 선수가 휘젓는 플레이로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부분이 국제 대회 성적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국제 무대에서는 우리보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거든요. 그럼 해결책은 한 가지 밖에 없죠. 더 많이 뛰면서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규섭은 자신의 변화가 독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어느새 서른 중반으로 다가서고 있는 나이 탓이다. 이런 플레이로 시즌 종반까지 버틸 수 있을 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규섭은 "제 나이가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뛴 경험이 없어요. 시즌 초반에는 더 좋을 수 있어도 시즌 막바지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규섭이 내놓은 해결책은 체력 단련. 트레이너와 상의 하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 플레이를 최대한 살리면서 버티는 방법의 정도를 걷는 셈이다.
이규섭은 "대학 시절의 농구를 되찾은 것 같아요. 몸도 더 나아진 것 같고요. 뛰는 농구가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김)성철이 형이 '지금 힘들어도 잠을 줄여서라도 운동을 하면 된다'고 조언해주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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