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마지막 가을' 김재현, "한 타석도 소중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18 06: 49

"차우찬이 나와 빠지겠구나 싶었다".
SK 김성근 감독은 "SK 야구는 항상 유동적이다. 고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1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캐넌히터' 김재현(35)을 2차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제외했다. 삼성 선발 차우찬이 좌완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김재현은 1차전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2차전에서 선발에 빠지더니 대타로도 출장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김재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재현은 "차우찬이 나와 빠지겠구나 생각했다"며 "물론 선수로서 1경기라도 더 나가고 싶지만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7번타자로 나왔던 김재현은 "7번 타순도 감사하다. 3~4번 타순에 없어서 못나가겠구나 싶었는데 삼성 불펜에 좌완이 권혁 하나뿐이라 안 빼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한 타석이라도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알려졌다시피 김재현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은퇴한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재현은 "지금 은퇴하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다"면서도 "사람들마다 전부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난 어려서부터 힘있을 때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오래하는 것도 멋지지만, 그래도 힘이 남아있을 때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2010년 한국시리즈가 김재현에게는 선수로서 나는 마지막 가을이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다. 모진 풍파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생활 동안 가장 절박했던 건 LG에서 (고관절) 수술 받고 복귀 첫 경기를 가졌을 때였다. 모두가 선수생명이 끝났다고 안 된다고 할 때였다. 그날이 내게 있어 가장 절박했다"며 "2002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 은퇴기로에 섰던 2007년도 절박했다"고 말했다.
김재현은 SK라는 팀이 가진 장점에 대해 "선수들이 말보다 행동으로 한다.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직접 감동을 받고 전달되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채병룡이 말도 안 되는 팔 상태로 끝까지 던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수들이 채병룡에게 감동받고 모두가 하나로 뭉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1차전에서 잘 던지다 5회 갑작스런 난조로 강판된 김광현이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 것도 선수들을 뭉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재현은 "나는 그 나이 때 그러지 않았는데 광현이에게 배울 게 많다"고 했다. 하지만 김재현도 말보다는 행동으로써 보여주는 선수다. 그는 1차전 활약에 대해 "(한국시리즈 전) 홍백전 때부터 스윙을 짧게 가져가려고 생각했다. 어차피 출루를 많이 해야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팀 전체가 1루 베이스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SK의 1~2차전 팀 출루율은 무려 4할5푼5리였다. 김재현은 "SK 선수들은 우승의 영광을 맛볼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화려하게 은퇴할 자격이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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