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지난해 느낌이 온다".
SK 김성근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불펜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 이날 SK는 '깜짝' 선발등판한 큰 이승호(37번)가 1⅔이닝만에 강판됐지만 이후 4명의 불펜투수들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잡았다. SK는 2선발이 유력했던 카도쿠라 켄을 아끼면서 승리까지 거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그 중에서 김 감독이 가장 만족을 표한 투수가 전병두(26)와 작은 이승호(29)였다.
전병두는 2차전에서 선발 큰 이승호에 이어 2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2사 1·2루에서 이영욱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지만 김상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어 3회에도 안타와 볼넷을 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최고 144km 직구를 앞세운 힘있는 피칭으로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2⅓이닝 동안 42개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뒀다.

작은 이승호(20번)는 2차전에서 전병두에 이어 3번째 투수로 5회부터 등판했다. 이후 7회까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을 놓았다. 매회 주자를 출루시키는 어려움 속에서도 3이닝 동안 47개 공을 던지면서 2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으로 선방했다. 비록 구원승은 전병두에게 돌아갔지만 이승호는 구원승 못지않게 값진 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김성근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전병두는 원래 선발로 쓰려고 했는데 중간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며 전병두에 대한 기대가 컸음을 밝혔다. 이어 "작은 이승호가 롱 릴리프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지난해 같은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직전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채병룡과 윤길현이 앞뒤에서 참 잘해줬는데 올해는 없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전병두와 이승호가 그들의 역할을 해주면서 김 감독도 마운드 운용에 있어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채병룡과 윤길현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넘나드는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에서 다 낫지 않았던 채병룡은 5경기에서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으로 역투를 펼쳤고, 윤길현도 무려 10경기에 나와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8로 분투했다. 둘이 있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갈 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군입대로 올해 나란히 전열에서 이탈해 우려가 컸던 SK는 페넌트레이스를 잘 버텼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전병두와 이승호가 그들의 공백을 잊게 하는 활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전병두와 이승호는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용 폭을 넓혀 줄 존재가 될 전망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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