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지난 16일 문학구장.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회말 SK 선두타자 김강민이 삼성 선발 차우찬의 초구가 몸쪽 낮게 무릎 위쪽으로 들어오자 맞은 시늉을 하며 1루로 나가려 했다. 이윽고 2구째 공이 같은 코스로 들어오자 김강민은 몸을 시계방향으로 틀며 꼼짝 않고 공에 맞았다. 김강민은 지체없이 1루를 향해 걸어나갔다.
<장면2>. 5회 무사 1루 찬스. 이전 타석에서 2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뽐내던 삼성 3번타자 박석민은 SK 이승호의 초구가 몸쪽으로 향하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승호가 던진 공은 박석민의 왼쪽 뒷허벅지 아래를 정통으로 맞혔다. 공에 맞자 박석민은 표정을 찡그리며 오른발 한발로 1루를 향해 껑충껑충 뛰었다. 통증에도 불구하고 출루가 먼저였다.
몸에 맞는 공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증가할 조짐이다. SK-삼성은 1차전에서 도합 4개의 사구를 기록했는데 2차전에서도 3개나 기록했다. 2경기에서 무려 7개의 사구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KIA-SK의 한국시리즈에서는 7경기에서 사구가 8개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유난히도 사구가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133경기에서는 평균 1.16개의 사구가 나왔다. 지난해까지 역대 페넌트레이스에서 경기당 평균 사구가 0.99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26사구로 경기당 평균 2.17개가 나온 것이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5경기씩 13개 사구가 쏟아졌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보다 사구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조금이라도 더 붙고 투수들은 이에 지지 않으려 몸쪽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사구가 1.45개였다. 페넌트레이스(0.99개)보다 0.5개 가량 많아졌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이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벌써 5개째 사구를 맞는 투혼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박석민은 "몸은 괜찮다. 방망이를 못 치면 맞고서라도 나가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박석민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몸쪽으로 향하는 공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몸쪽으로 승부를 펼쳐야 할 투수들에게도 부담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사구 이후 득점은 12차례 있었다. 수치상으로 46.2% 득점확률. 사구가 승부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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