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잘하는데 상관없다".
홈 1, 2차전 승리로 통산 세 번째 우승에 2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SK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은 '나'가 아닌 '우리'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스타의식을 버린 채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 하나의 목표인 우승을 향하고 있는 시선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마음은 지난 시즌 '미스터 옥토버(Mr. October)'로 주가를 올렸던 박정권(29)도 마찬가지다.
박정권은 17일 문학구장에서 가진 특타에 앞서 지난 시즌 '미스터 옥토버'다운 면모를 기대한다는 말에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라면서 웃었다. 1차전 직전 "작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던 박정권은 이어 "팀이 우승만 한다면 '미스터 옥토버'가 내가 아니면 어떤가. 다른 선수들이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보였다.

박정권은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할대 타율에 5홈런 17타점을 올렸다. 만약 SK가 KIA를 제치고 우승을 안았다면 시리즈 MVP는 박정권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올 시즌 박정권은 124경기에 출장 3할6리의 타율에 132안타 18홈런 76타점을 올리며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주며 팀타선의 중심에 섰다.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한 것은 아니다. 1차전에서 투런포 포함 멀티히트에 1득점 3타점을 기록, 1차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삼진 2개 포함 무안타로 침묵했다.
대신 최정이 떴다. 1~2차전 3안타씩을 쳐냈고 3타점을 올렸다. 특히 2경기 연속 홈런포로 '미스터 옥토버' 자격에 다가섰다. 지난 시즌 '미스터 옥토버'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박정권의 심정은 어떨까.
박정권은 "최정이 미스터 옥토버가 된다면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팀도 이겼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면서 "그냥 마무리 캠프에서 잘해서 '미스터 디셈버'로 불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농담을 섞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한편 박정권은 작년 최고의 방망이를 휘두르고도 KIA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 살짝 빛이 바랬다. 더구나 주위 이웃들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서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오해가 풀렸다. 이웃들이 박정권을 배려해 모른 척 했던 것이었다. 이에 박정권은 "알고 봤더니 동네가 다 알고 있더라. 오히려 저를 배려해주신 이웃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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