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꿈꾸는 CEO
불혹의 그를 만났다. 그는 프로필상 불혹이지만 호적신고가 1년 늦어 세상에 나온지 마흔한해 됐다고 정정했다. 솔직하고 유쾌한 만 40살. 눈빛은 초등학교 1학년. 자신의 학업능력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제 꿈은 대통령임을 당당히 발설하는 아이의 눈빛이다. 그의 눈이 여전히 반짝이는 비결은 꿈. 현재 이미순 비코티에스 대표는 ‘최고의 FIT여행포털’을 생생히 꿈꾸고 있다. 순수한 믿음을 지닌 유년의 마음으로, 사물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눈으로.
품절녀에서 꿈꾸는 CEO로

“일본어를 전공하고 대사를 꿈꿨어요.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찾아간 일본에서 비코의 일본법인 대표인 이석호 사장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 꿈을 접었죠.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워진 남편 사업을 돕고자 여행업에 발을 들인 것이 새로운 꿈의 시작입니다.”
이미순 대표가 여행업에 뛰어든 것은 1997년이다. IMF 폭탄을 맞은 그해,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 아이를 가진 품절녀의 몸으로 여행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금전적인 어려움을 혹독히 겪으며 100m 주자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던 그가 마라톤을 준비하게 된 것은 39살. 마흔을 앞둔 거울 앞에서였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과 같은 얼굴인지 살펴봤어요. 앞을 향해 바삐 달리기만 했던 이십대, 가속도가 붙어 어느새 훌쩍 흘러간 삼십대를 거쳐 마흔에 접어든 제 모습이 부드러움 속에 자신감을 갖췄기를 바랐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이 더 빨라지지만 제 페이스의 완급을 조절할 능력이 생겨 차근차근 꿈꾸고 있습니다. 3년, 5년, 10년 후의 비코티에스 미래를 그리며 직원들에게 단계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요.”
억척스럽게 이석호 사장과 금융위기를 버텨낸 이미순 대표는 2001년 한국호텔 예약사이트 호텔인포를 개설하고 이듬해에는 아시아인에게 일본호텔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재팬닷컴을 오픈했다. 비코티에스는 호텔재팬닷컴의 법인명으로, 2004년 한국 연락사무소로 먼저 개설됐다 2006년에 이미순 대표가 수장을 맡으며 정식 한국법인으로 전환됐다.
이미순 대표는 경영자로 홀로 선지 불과 5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08년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에 이어 신종플루까지 지난해 여행업에 불어닥친 갖은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 세계 호텔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마이호텔닷컴을 오픈하고, 5층 규모의 사옥도 짓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또 지난 1일에는 도쿄 신주쿠에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종합예약센터인 ‘트래블 라운지’도 오픈했다.
성장 비결은 역시 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그를 따라 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도전하며 공동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최고의 FIT여행포털기업을 꿈꾸며
“비코티에스는 서울과 부산, 베이징, 상하이, 도쿄, 후쿠오카 등 한중일 3개국에 운영 중인 6개 호텔예약센터를 기반으로 2012년 한중일 최고의 호텔예약업체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한중일에서의 성과를 발판 삼아 2015년에는 월드 와이드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이지요. 비코티에스의 마지막 그림은 FIT 인·아웃바운드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여행포털기업입니다.”
이미순 대표는 시스템, 오퍼레이션, 마케팅 삼박자를 갖춰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여행업이 유례없는 불황에 빠졌을 때 시스템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호텔 인바운드사업은 직원들이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스템 개발은 지속 중이다. 다음달 초에는 멀티 서플라이어 시스템 개발을 완료, 전 세계 30만개 호텔의 객실을 최저 요금으로 실시간 제공할 예정이다.
“시장을 독식해 최고의 자리에 오를 마음은 없어요. 직판을 병행하고 있어 오해를 많이 사고는 있지만 B2C에서 트렌드를 만들어 B2B에서 판매하는 전략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단 독주가 아닌, 업계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는 선도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거래처에서 필요하다면 독자 개발한 콘텐츠도 통째로 넘겨주고 있습니다. 협력관계에서 상생을 도모해야죠.”
신주쿠 트래블 라운지 개설도 협력과 상생의 맥락에서 비롯됐다. 소비자에게 비코티에스의 브랜드를 알리고 편의를 제공하고자 한 목적이 전부는 아니다. 트래블 라운지는 도쿄를 찾는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며 여행정보를 공유하고 각종 티켓도 예약·수령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비코티에스뿐 아니라 타 여행사 고객이 출국시간에 임박하게 디즈니티켓을 구입하더라도 지금처럼 티켓 수령에 고민하고 두손에 티켓이 들어오기까지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트래블 라운지를 이용하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다. 이렇듯 트래블 라운지는 비코티에스와 여행사, 여행객 삼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상생의 공간’이다.
“우선순위를 마케팅, 브랜딩, 세일 순으로 두고 있어요. 고객의 요구와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형성하면 매출은 자연히 따라오지요. 비코티에스는 양적 성장에 급급해 도전과 변화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시장에 도전하고 시장의 요구에 맞춰 변화할수록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어요. 산을 오를 때 정상이 눈앞에 보이면 힘들지 않잖아요. 뚜렷이 보이는 목표를 향해 60여명의 직원이 함께 오르고 있기에 정상이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미순 대표는 산의 6부 능선쯤에서 비코티에스의 현주소를 찾았다. 꿈을 좇아 생동하는 기업의 정상(頂上)이 선명히 빛남은 지극히 정상(正常). 정상으로 향하는 60여명의 발걸음이 가벼운 까닭이다.
글․사진 여행미디어 주성희 기자 www.tourmedia.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