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지태는 부드러운, 배우 유지태는 강한"[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10.18 10: 04

멜로와 카리스마 악역을 이만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한 여자와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독기를 뿜는 살인마가 되기도 하는 유지태. 그의 이중적인, 아니 다중적인 매력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유지태가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 이어 7년 만에 더 강한 살인마로 돌아왔다. 이번엔 최민식이 아닌 수애를 상대로. 10월 1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인기몰이 중인 영화 ‘심야의 FM’(김상만 감독)에서 유지태는 정체불명의 청취자 한동수 역을 맡았다.
라디오 DJ 고선영 아나운서(수애 분)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2시간동안 사투를 벌이는 유지태의 모습은 7년 전 그때보다 더욱 사악하고 서늘하다.

날씨가 한 층 사늘해진 10월 어느 날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에게 ‘살인마’의 서늘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온화한 미소를 짓던 유지태는 이번 영화 ‘심야의 FM’에 대해 “이미 만족한 영화”라고 평했다.
이번 영화의 체감 관객 수는 이미 500만이 넘었다는 유지태는 “연기도 원없이 열심히 했고, 관객이나 언론의 반응도 워낙 좋아 보상도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김상만 감독님이 재평가 받으신 거 같아 기쁘다. 흥패에 상관없이 행복한 영화”라고 말했다.
유지태가 이번 ‘심야의 FM’을 선택한 이유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쉼 없이 한번에 읽혀졌다.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대중성과 함께 이 영화가 작품으로 완성도가 있는지를 보고, 배우로서 도전할 무언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음악이 모두 나오는 것도 끌렸다.”
7년 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만큼 부담도 클 터. 더군다나 ‘올드보이’의 이우진이란 인물이 아직도 관객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새로운 악인을 창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묻자 유지태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고는 ‘완전 다르다’라고 평가해준 만큼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는 다큐식의 리얼리티 연기를 좋아했다. 근데 이번 한동수는 극도로 희화화된 인물이다. 조금 더 거부감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찾다보니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은 느낌을 생각했다. 연극적이지 않는 한계 내에서 계산된 몰입을 했다. 한동수는 정신병자인데 그 사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말이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한동수를 살인마라고 말하지 정신병자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의 악역을 찍는 동안 유지태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털어놨다. 고선영 아나운서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한동수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유지태는 “정신 분열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굉장히 낯설고 불쾌하기 까지 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할 때는 영화지만 너무 하기 싫었다. 직업적으로 그걸 표현해야하는 배우 유지태와 한동수가 충돌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야의 FM’을 통해 또 한번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유지태는 멜로 배우로도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영화 ‘동감’을 시작으로 ‘봄날은 간다’ ‘순정만화’ ‘비밀애’까지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넘나드는 유지태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장르에 한정되는 것이 싫었다. 멜로에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 연기보다는 이미지로 마케팅 하는 배우가 싫어 다양하게 도전을 했다. 그런 만큼 모든 것을 올인하고 몰입하는 편이다. 나는 연기를 할 때 ‘기적의 순간’이라는 말을 한다. 사람들과의 만남, 작품의 만남 자체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의 삶을 산다.”
인간 유지태는 어떨까. 그는 “인간 유지태는 부드럽고, 배우 유지태는 강한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시간 남짓 만난 유지태는 분명 부드러운 남자였다. 영화 속 한동수가 너무나 강하고 서늘했기에 이미 그의 바람은 이루어진 듯 하다.
bong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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