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의 눈에는 명승부가 아니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 감독은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에 대해 한마디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이유는 바로 실책 때문이었다. 결과가 접전이라 흥미있었지만 정작 내용은 실책 투성이였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SK는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동안 수비훈련에 치중했다. 그 결과가 한국시리즈에서 나타나고 있다.
SK는 파죽의 3연승으로 창단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SK가 이처럼 완벽한 야구를 하고 있는 데에는 철벽같은 불펜과 필요할 때마다 터지는 타선 그리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수비에서 찾을 수 있다. 물샐틈없는 수비로 상대의 공격흐름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안방마님' 박경완은 한국시리즈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다. 1·2차전에서 무려 3차례나 도루저지에 성공하며 삼성의 발을 묶어놓았던 박경완은 3차전에서도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3회 무사 2루에서 박한이가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존에 번트를 대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고 2루로 총알 같이 송구했다. 보내기 번트를 대비해 리드폭을 크게 잡고 있던 2루 주자 최형우의 속내를 간파한 완벽한 수비로 견제사를 잡았다.

정근우도 2루에서 환상의 수비로 투수들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3차전 5회말 1사 1루에서 박석민의 날카로운 타구를 미끄러지며 잡아낸 뒤 재빠른 송구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해냈다. 7회말에도 조영훈의 중견수 앞으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던 타구를 건져낸 뒤 노스텝으로 공중에 뜬 채 정확한 1루 송구로 아웃시켜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정근우는 6개의 아웃카운트를 직접 처리했는데 화려함은 물론 안정감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플레이들이었다.
SK는 페넌트레이스에서 팀 실책이 81개로 한화(80개) 다음으로 적은 팀이었다. 하지만 소극적인 수비를 펼쳤던 한화와 달리 잡기 힘들어 보이는 타구도 끝까지 쫓아가는 적극적인 수비로 만들어낸 최소실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았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SK는 단 하나의 실책도 없는 완벽에 가까운 야구를 구현해내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절정의 타격을 뽐내고 있는 최정은 "수비를 더 잘하는 3루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SK 야구의 완성은 '완벽한 수비'에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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