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흐르고 있는 2010 한국시리즈. MVP의 윤곽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SK의 3연승과 삼성의 3연패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는 공수주 삼박자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과시하며 창단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타선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은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SK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MVP 경쟁이 더 흥미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최정(23)과 박정권(29)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박경완(38)도 MVP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평소에는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최정도 그라운드에만 들어가면 무서운 승부사로 돌변한다. 1차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작렬시키며 방망이를 예열한 최정은 2차전에서 4회 역전 투런포와 6회 쐐기 솔로포로 한국시리즈 역대 5번째 연타석 홈런까지 터뜨렸다. 비록 3차전에서는 안타가 없었지만 몸에 맞는 볼 2개와 희생플라이로 쐐기 1타점을 올리며 중심타자로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3경기에서 9타수 6안타 타율 6할6푼7리 2홈런 4타점 4득점. 2008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를 노려볼 만한 성적표다.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은 올 가을에도 무쇠로 만든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고 있다.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 타율 4할 1홈런 4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특히 1차전에서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킨 데 이어 3차전에서도 8회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 적시 2루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찬스에 강한 모습으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2차전 후 "박정권에게 번트를 시킨 게 좋은 흐름을 끊을까 못내 마음이 걸린다"고 했는데 그 걱정을 눈녹듯 사라지게 하는 활약이었다.
최정과 박정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도 MVP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안방을 지키고 있는 포수 박경완이 대표적이다. 비록 타격에서는 10타수 1안타 타율 1할 1홈런 1타점에 불과하지만, 수비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실질적인 MVP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비 때마다 효과적인 도루저지로 삼성의 발을 묶어둘뿐만 아니라 마치 작전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는 킬러본능으로 삼성의 추격 흐름을 철저하게 끊었다. 수비로 한국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다.
마운드로 눈길을 돌리면 어느 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두 명의 이승호를 비롯해 전병두-정우람-정대현-송은범 등의 벌떼 마운드를 앞세워 불펜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활약하고 있다. 만약 투수 중에 MVP를 준다면 'SK 불펜'에게 돌아가야 할 판이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SK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1.45에 불과하다. 김성근 감독이 웃는 진짜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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