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 박민영, "안티팬 줄어 행복해요"(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10.19 08: 33

"안티팬분들이 좀 있었잖아요. 많이 줄어든 것 같아 기분 좋아요."
KBS 2TV 월화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의 남장여자 '대물' 김윤식(김윤희)으로 열연 중인 배우 박민영을 만났다. 촬영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짬을 낼 수 없는 바쁜 꽃선비를 만난 건 18일 정오.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던 브라운관 속 김윤식 대신 긴 생머리에 쇼트팬츠를 입은 아가씨가 되어 나타났다. 날씨 좋은 오후의 눈부신 햇살과 활짝 웃는 미소가 어울려 간만에 '미모의 여배우'로 돌아온 박민영. 그녀와의 유쾌한 수다.
"무척 바쁘지 않나. 어떻게 지내나?" 구태의연하지만 가볍게 안부를 물으며 시작했다. "뭐 '성스' 촬영 때문에 정신이 없죠. 어제 저녁에 잠시 서울에 올라왔어요. 엄마랑 오랜만에 집에서 함께 자고 지금 바로 나온 거예요. 인터뷰 끝나면 또 곧장 대구로 가야해요. 오늘 시구하거든요"라고 늘어놓는 그녀. (박민영은 이날 오후, 대구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삼성-SK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때문에 짧아야만 했던 만남, 되도록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가야 했다. 박민영은 눈앞에 놓인 김치볶음밥과 피자도 마다한 채, 열성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드라마 방영 후, 제대로 된 인터뷰 한번 해보지 못할 만큼 바삐 돌아간 촬영 스케줄, 하지만 몇 달을 남장여자 김윤식으로 살면서 가슴 속에 쌓아뒀던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답변 하나하나가 진지했고 열정적이었으며 똑 부러지고도 솔직했다.

"초반 시청률이 기대 이하로 부진했다. 하지만 꾸준히 올랐는데, 소감이 어떤가?"라고 물었다. MBC '동이'와 '자이언트' 등 대작들 사이에서 출항한 '성스'는 첫 회에서 5~6%대 시청률 성적을 기록했다. 쉽지 않은 싸움일 거라고 예상들은 했지만 배우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래도 너무 야속할만한 성적이었다. "첫 회 시청률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했어요. 솔직히 '나 때문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고요. 왜냐면 초반 1, 2회는 김윤희가 왜 남장을 하고 성균관에 입성하게 되는지, 그 과정들이 그려지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제 분량이 무척 많았거든요. 제가 중심이 돼서 끌고 나가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제가 못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자책 밖에 안 들더라고요."
박민영은 데뷔 초부터 안티 팬들이 꽤 생겼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보여준 새치름하고 깍쟁이일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비호감이란 소리를 들었다. 한창 '비호감'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때였다. 게다가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자마자 덜컥 드라마 '아이엠샘'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탄탄대로를 걷는 그녀를 보며 "신인이 너무 잘 나가는 거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접했던 온갖 악플과 비난 때문에 박민영은 어린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몇 작품을 거치며 이제는 그 상처에도 딱지가 앉았고 배우 박민영은 한층 강해졌다.
"그래도 회를 더할수록 조금씩이지만 시청률이 오르는 것을 보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촬영장에서 아침마다 시청률을 보면서 감독님께 뛰어가서 '또 올랐어요!'하고 소리친 적도 있죠. 다들 신경 안 쓰는 척 하면서도 은근히 시청률 걱정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도 점점 반응이 좋아지니까 저를 포함해 모든 식구들이 더 힘이 났던 게 사실이예요."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박민영.
박민영은 이번 작품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더욱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짧은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감히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유를 물었더니 "이번처럼 배역에 애착이 느껴진 적이 없어요. 대사 하나하나, 대본 속 상황 하나하나에 울고 웃고 그래요. 대본이 너무 기다려지고 연기의 맛도 조금은 더 알았다고 할까요?"
그러나 '성스'를 하고나서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안티 팬이 줄었다는 점과 여성 팬들이 훌쩍 늘었다는 사실. "원래 제가 안티 팬들이 좀 많았잖아요.(웃음)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감사하죠. 시청자 게시판에 '이번 작품 보면서 민영 언니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 그동안 되게 새침하고 못됐을 거란 생각 했었는데, 연기도 잘하고 진심이 느껴져 보기 좋다'... 이런 게시글들이 자꾸 늘어나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신이 난 박민영은 또 "예전엔 남성 팬들이 더 많았다면 이번엔 여성 팬들이 더 좋아해주세요. 촬영장으로 찾아온 여성 팬들이 '민영 언니, 멋있어요!', '윤식 언니, 대물 도령! 파이팅' 하면서 응원해주시는데, '누나, 예뻐요!' 란 말보다 더 듣기 좋던 걸요?"라고 말하며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남장여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름의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박민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좀 적응력도 빠르고 부담감에 시달리는 성격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은 화면에 예쁘게 안 나와도 괜찮아요. 다음 작품에 또 여성스런 모습 보여드리면 되죠. 작품 끝나면 또 금방 김윤식을 벗고 다른 캐릭터를 흡수할 수 있을 거예요."
재잘재잘 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그녀에게 정신없이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대구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긴 머리를 풀고 크림색 니트 카디건, 쇼트 팬츠, 최신 유행 워커로 멋을 낸 박민영은 "이렇게 예쁜 옷 입어 본지 너무 오랜만이네요. 촬영장에서는 만날 극중 의상만 입고 있잖아요. 저번에 한번은 다른 일정에 갔다가 치마를 입고 촬영장으로 돌아갔는데 다들 '당장 갈아입고 와라. 이건 우리 윤식이가 아니다'며 놀려댔죠. 이젠 스태프며 배우들이며 다들 남동생 취급이시네요. 하하하" 마지막까지 즐거운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은 박민영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총총히 사라졌다. 그녀는 어느 해 보다 바쁘지만 행복한 10월을 보내고 있었다.
issue@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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