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김성근 감독의 '1위 메리트 없다'는 엄살아닌 엄살(?)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0.10.19 10: 15

페넌트레이스 막판 죽기 살기로 싸운 보람이 있다. 현재 한국시리즈서 맞붙고 있는 SK와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벌였다. 7월말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SK가 8월 6연패를 기록하는 등 부진에 빠지자 선두 욕심을 비웠던 2위 삼성이 치고 올라와 9월 1위를 놓고 혈전을 치른 것이다. 2게임차까지 바짝 쫓겼던 SK는 9월 18일 삼성과의 맞대결서 승리하며 1위 수성에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느긋하게 한국시리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반면 2위 삼성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 5차전까지 치르는 혈투를 벌인 끝에 간신히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혈전 탓에 불펜진이 지치면서 SK와 한국시리즈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채 완패의 위기에 몰렸다.

 
역시 한국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 1위로 올라가는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전 팽팽할 것으로 예상됐던 양팀의 불펜 싸움에서 SK가 완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1위 메리트이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후 10일을 쉬고 플레이오프에 나선 삼성은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탓인지 철벽 불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시즌 중에 57게임 연속 5회 리드시 승리를 지켰던 불펜이 힘을 쓰지 못했다. 더욱이 플레이오프서 연일 등판으로 피로가 더 쌓였다.
 
20일이라는 재충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 SK는 불펜 투수들이 한국시리즈서 진가를 발휘, 3연승으로 이끌며 정상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병두-정우람-이승호로 이어지는 '좌-좌-좌'의 특급 불펜진을 주축으로 정대현, 송은범의 우완 마무리조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구위를 선보이며 팀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SK가 삼성과의 시즌 막판 선두 싸움에서 졌다면 과연 지금처럼 불펜진이 철벽을 자랑할 수 있었을까. 쉽지는 않았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SK가 시즌 막판 부진에 빠졌을 때 가장 큰 이유가 불펜진이 피로로 제구위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 불펜진도 시즌 막판 피로가 쌓여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해 이미 전조 현상이 있었다. SK와 치열한 선두 싸움 때 불펜진의 컨디션이 정상이었다면 끝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을 것이다.
 
결국 20일간의 재충전 시간이야말로 1위 SK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메리트인 셈이다. 현재와 같은 포스트시즌 일정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팀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1989년 준플레이오프가 도입된 이후 치른 2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때는 1997년(LG), 2001년(삼성) 등 2번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올라오느라 지친 하위 팀들을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결국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 정상 직전에 와 있는 SK에게 페넌트레이스 1위가 최고의 메리트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일본처럼 1위 팀에게 1승을 주는 등 메리트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엄살아닌 엄살이나 다름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처럼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들이나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팀들이나 별다른 혜택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맞붙는 것처럼 한국 프로야구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팀이 토너먼트로 붙는다면 선두 SK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하면 느긋하게 아래 팀들의 플레이오프 혈전을 지켜보며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이야말로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최대 혜택이다. 한국 야구계 인사들은 준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한 현행 우리 포스트시즌을 본딴 것이 미국 메이저리그 와일드 카드제와 일본의 클라이막스 시리즈라며 우쭐하기도 한다. 그만큼 흥미와 흥행도를 높인 것이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라는 것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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