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세대교체를 절실하게 느낀 완패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2010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최근 3~4년에 걸쳐 추구해온 세대교체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였다. 양준혁의 은퇴, 그리고 이영욱 김상수 오정복 등 젊은 선수들의 부상이 극적으로 대비된 1년이었다.
그럼에도 선동렬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올해는 우승은 언감생심이다. 내년 또는 내후년에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세대교체가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아직은 다듬을 구석이 많아 이들이 완전하게 성장하는 1~2년 후에 정상 도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삼성 세대교체의 상징은 타자로는 최형우, 채태인, 박석민, 이영욱, 김상수 등으로 꼽을 수 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은 새로운 클린업트리오로 각광을 받았다. 이영욱과 김상수는 공격첨병으로 발빠른 교타자이자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투수로는 안지만 차우찬 이우선 정인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은 선발과 마무리 미들맨으로 든든한 마운드의 버팀목이 됐다. 아직 투수쪽은 세대교체라고 말하기는 미흡하지만 삼성은 새로운 간판들을 앞세워 한때 SK와 1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이 이룩한 세대교체는 SK의 빈틈없는 야구에 부딪혀 4연패, 미완으로 끝났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패배위기를 딛고 두산을 꺾었지만 한국시리즈 무대는 달랐다.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최강팀 SK와 투타에 걸쳐 현격한 힘의 차이를 보이면서 무력하게 무너졌다.
이들에게 한국시리즈 무대는 생소했다. 이들 신세대 타자 5명 가운데 한국시리즈 경험을 했던 선수는 박석민 뿐이었다. 2004년 5타석에 들어섰던게 유일했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한국시리즈는 미지의 무대였다. 플레이오프에 비해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월등하다.
SK 투수들에게 철저하게 눌린 타선의 침묵은 패인이었는데 세대교체 주역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이들 가운데 제대로 활약을 했던 타자들은 없었다.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했고 결정타를 날리는 해결사도 없었다. 모두 타석에서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동적이었다. 박경완이 이끄는 SK의 배터리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차우찬은 2차전에 등판해 5⅓이닝동안 3실점하는 등 제몫을 했다. 그럼에도 SK 천적다운 피칭은 아니었다. 소방수 안지만은 2경기에서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팀 공격 부진 때문에 한차례도 리드상황에서 나서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정인욱은 3경기에서 실점이 없었지만 필승맨으로 기용되지 못했다. 이우선은 1차전에서 ⅔이닝동안 4실점으로 부진했다. 권혁의 부진과 함께 상대적으로 헐거워진 불펜진을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선 감독의 자가분석은 한국시리즈에서 그대로 입증했다. 뼈아픈 완패였지만 선 감독의 말대로 내년 또는 내후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세대교체의 주역들이 이번 한국시리즈의 쓰라린 경험을 자양분 삼아 우승주역으로 발돋음 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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