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문턱에서 결국 멈춰섰다.
삼성의 2010년이 아쉽게 끝을 맺었다. 삼성은 19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4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4연패한 것은 아쉬운 대목. 무엇보다도 선동렬 감독 특유의 불펜야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채 4연패로 주저앉은 것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삼성은 올해 막강 불펜야구로 페넌트레이스에서 승승장구했다. 5회까지 리드한 60경기에서 53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포함 58승2패로 9할6푼7리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상대로 하여금 '5회가 끝나기 전 경기를 리드하지 못하면 패배한다'는 경각심을 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6회 이후 역전패가 3차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 불펜야구의 위력을 떨쳤다. 안지만-정현욱-권혁으로 이어지는 '안정권 트리오'는 2010년 삼성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삼성의 불펜야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펜의 유일한 좌완으로 활용도가 높은 권혁이 부진에 빠지면서 불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현욱의 구위도 시즌 때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믿을 수 있는 카드 2장이 사라지면서 삼성의 불펜야구도 믿을 수 없어졌다. 선동렬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많이 던진 만큼 체력적으로 지칠 만하다"고 했지만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삼성으로서는 치명타였다.
어렵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은 오승환이란 카드를 뽑아드는 승부수를 던지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1차전에서 3-2 리드를 지키고 있는 5회 2사 만루의 부담스런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무너지면서 흐름 자체가 SK로 넘어갔다. 1차전 5회 3-2 리드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는 더 이상 리드가 오지 않았다. 팀 타선이 지켜야 할 점수를 얻어주지 못하자 삼성의 불펜야구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삼성의 불펜야구는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희망도 발견해냈다. 특히 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로 거듭난 안지만의 재발견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불펜 투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선동렬표' 불펜야구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무리 오승환의 완벽한 컴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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