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기본은 공을 던지는 것도, 치는 것도 아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과 상대에게는 한 베이스를 못 가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비는 매우 중요하다.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가 자랑하는 것도 다름 아닌 수비다.
SK는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4-2로 물리치고 4연승을 거두며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시리즈 전적 4승무패로 2007~2008년에 이어 창단 3번째 통합우승의 위업을 세웠다. SK에게도 4전 전승 퍼펙트 우승은 이번이 처음. 2007년에는 4승2패, 2008년에는 4승1패로 우승한 바 있다. 올해 포함 역대 28차례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 우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6번째.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게 우승을 내준 SK는 겨우내 지옥훈련을 했다. 하루 수백개의 펑고를 받으면서도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훈련을 소화했다. 어려운 기술, 작은 실수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SK 수비 훈련의 대표적인 순간은 3차전에서 나왔다. 정근우(28, SK)의 요술글러브가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3연승으로 이끌었다.

정근우는 18일 3차전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두 차례 그림같은 수비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끊었다. 덕분에 SK는 삼성을 4-2로 물리쳤다. SK는 1회 2점을 선취하고 1회말 1점을 허용하며 2-1의 불안한 리드를 지켜갔다. 한 점차 상황인 만큼 언제든지 홈런 한방 또는 수비에서 작은 실책으로 승부가 바뀔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수비는 안타에 비길 것이 못된다.
SK 정근우도 경기 전부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정근우는 "우리가 2연패를 당한 뒤 4연승을 거둬봤기 때문에 비록 우리가 2승을 거두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격 연습 뿐 아니라 수비 연습에도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SK 구원 투수 정대현도 정근우에게 "넌 안타 못쳐도 좋으니까 수비나 해"라고 조언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경기에 집중하던 정근우는 5회말 그림같은 슬라이딩 캐치를 선보이며 병살로 연결했다. 정근우는 1사 1루에서 박석민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엉덩이로 슬라이딩하며 글러브 안으로 건졌다. 잡자 마자 탄력을 받아 벌떡 일어선 정근우는 2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던 나주환에게 지체없이 송구했다. 그러자 나주환도 가볍게 1루에 송구하며 박석민을 잡아냈다.

'요술글러브' 수비는 7회에도 나왔다. 삼성은 7회말 선두타자 조영훈이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2루 베이스 왼쪽으로 빠지는 강습 타구였다. 그러나 정근우는 왼팔을 쭉 뻗어 마법같이 공을 글러브 안으로 끌어 담았다. 2루 베이스 방향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공을 잡은 만큼 송구 또한 문제였다. 하지만 정근우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정근우는 몸을 하늘 높이 점프하며 상체와 하체를 반대로 틀어 1루수 박정권에게 정확히 송구해 조영훈을 잡아냈다.
'안방마님' 박경완도 한국시리즈에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 1·2차전에서 무려 3차례나 도루저지에 성공하며 삼성의 발을 묶어놓았던 박경완은 3차전에서도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3회 무사 2루에서 박한이가 한가운데 스트라이크존에 번트를 대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고 2루로 총알 같이 송구했다. 보내기 번트를 대비해 리드폭을 크게 잡고 있던 2루 주자 최형우의 속내를 간파한 완벽한 수비로 견제사를 잡았다.
정근우와 박경완의 작은 수비 하나가 SK에게는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지만 상대에게는 흐름을 끊는 중요한 순간이 된 것이다. SK는 한국시리즈 4경기 동안 실책이 단 1개에 불과했다. 유일한 실책도 4차전 투수 게리 글로버의 1루 견제 악송구가 전부였다. 야구의 기본인 수비에 충실했기에 SK는 우승 자격이 있다.
agassi@osenm.co.kr
<사진>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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