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까지 뛰고 은퇴하겠다. 그래서 우승을 해야겠다".
꼭 1년 전 한 스타 플레이어는 그렇게 팬들 앞에 약속했다. 그것도 한국시리즈를 앞둔 전날 각종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그 자리에서. '캐넌' 김재현(35. SK 와이번스)이 가장 빛나는 무대에서 가장 명예롭게 은퇴하는 스타가 되었다.

김재현은 19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6회 대타로 출장했으나 상대 좌완 차우찬의 공에 2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타구를 잡은 박진만의 호수비에 걸려 결국 선수로서 마지막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것. 팀은 4-2 승리를 거두며 4연승으로 창단 후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은퇴를 약속하고 마지막 시즌을 치른 김재현이 팀의 통합우승에 확실히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 111경기에 출장한 김재현은 2할8푼8리 10홈런 48타점을 기록하는 동시에 대타타율 3할6푼1리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고관절 수술로 인해 주루가 어려움에도 7개의 루를 훔치는 투혼까지 과시했다.
1994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LG에서 데뷔한 김재현은 그 해 21홈런-21도루로 데뷔 첫 해 호타준족의 상징 중 한 명이 되는 위력을 과시했다. LG에서의 김재현은 데뷔 시즌을 감안한 성장세를 뛰어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중심선수로서 제 몫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관절 부위 수술로 인해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으며 '각서 파동'까지 겪는 비운을 겪은 김재현. 그러나 그는 2004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SK에 이적한 뒤 새로운 야구인생을 그렸다. 2007시즌에는 84경기 1할9푼6리 5홈런 19타점으로 최악의 성적을 올렸으나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3할4푼8리 2홈런 4타점으로 우승 주역이 되었다. 자신의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선수로서 마지막 한국시리즈 3경기서 김재현이 기록한 성적은 7타수 2안타 4타점. 1차전에서는 역전 결승타 포함 3타점으로 스스로 기선제압을 이끄는 수훈까지 보여줬다. 기록 이상의 열정에 동료들도 김재현에게 힘을 실어주며 선수로서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선사했다.
시리즈 개막 전 김재현은 "기왕이면 낙후된 대구보다 잠실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재현의 바람과는 달리 SK의 4연승으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대구에서 치렀다.
그러나 비장한 각오 속에 은퇴를 선택한 사나이의 마지막 길에 장소의 화려함이 중요하겠는가. 8년 전 극적인 야구 드라마의 희생양으로 눈물을 뿌렸던 김재현은 유니폼을 바꿔 입고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에서 멋진 설욕전의 주인공으로 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프로 17시즌을 종횡무진한 선수 김재현은 통산 2할9푼4리 201홈런 939타점 115도루. 그리고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팬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201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대구구장에서 벌어졌다.
8회초 마지막 타석이 될수 있는 상황에서 김재현이 안치용과 교체되어 아쉬운 표정으로 배트를 내려놓고 있다.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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