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아. 해태와 같은 명문 구단을 만들어라".
17년간 정든 야구 인생을 끝낸 김재현(SK, 35)의 말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밝았다. 최종전이 팀의 3번째 우승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김재현은 남자답게 약속을 지켰다. 소속팀 SK가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며 '캐논히터'김재현의 17년 선수 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아름답게 빛냈다.
경기 후 "항상 우승이라는 것은 매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2007년도 기억에 남고 올 시즌에선 마지막이기 때문에 정말 우승을 하고 싶었다. 선수들이 도와줘서 우승을 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워낙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고 위기 상황에서 잘 뭉쳤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예전의 해태가 누렸던 명문 구단으로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성근 감독도 김재현에게 "하나의 인연이다. LG 있을 때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할 수 있는데. 다음에 술 마시면 은퇴를 만류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재현은 팀의 간판 타자답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제 몫을 해냈다. 지난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3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9-5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3-3으로 맞선 5회 삼성 오승환에게 결승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작렬시키며 승부의 추를 SK 쪽으로 가져오는데 앞장섰다. 6회에는 쐐기 적시타까지 한 방 더 터뜨렸다. 경기 후 데일리 MVP도 당연히 김재현의 몫이었다.
그러나 김재현은 마지막 경기가 된 4차전에서 선발로 출장하지 못했다. 삼성 선발이 좌완 장원삼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분명 아쉬웠을 수 있다. 그러나 1루 덕아웃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최선을 다해 뛰어 득점에 성공한 후배들을 격려하기에 바빴다.
다행히 김재현은 팀이 3-0으로 리드하던 6회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비록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그의 타구 덕분에 후속타자 박경완의 적시타가 터져 SK는 한 점을 추가해 4-1승리를 거뒀다.
김재현도 마지막 타석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예상했는데 그걸 못 쳤다. 감독님스타일 상으로는 차우찬이면 바꾸시는데 안 바꿔 주신걸 보니 마지막 기회를 주신 듯 싶었다"며 웃음을 지은 뒤 "안타를 못 쳐서 아쉽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김성근 감독도 "혹시 오늘 게임 이상해지면 차우찬을 끌고 가려고 싶어서 김재현을 내 보냈다. 차우찬을 5차전 선발로 못 던지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 뒤 "김재현은 잘 쳤다"며 웃음을 지었다.
야구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은 김재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1루 베이스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17년의 세월을 정리하기에 짧은 거리였다. 발걸음을 1루측 덕아웃으로 돌리던 김재현의 표정에서는 만감이 교차해 보였다. 그렇게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SK '캐넌히터' 김재현의 마지막 야구 이야기였다.
agassi@osenm.co.kr
<사진>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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