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PS의 트렌드, 선발 없는 '투수 퍼붓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20 07: 28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하는 기준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는 단 3번 뿐. 2010시즌 포스트시즌은 선발이 아닌 계투 싸움으로 전개되었고 또 그렇게 끝이 났다.
 
19일 대구구장에서 SK 와이번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4-2로 꺾고 한국시리즈 4차전마저 연승으로 가져가며 막을 내린 2010시즌. 특히 14경기가 치러진 포스트시즌에서 상위 4팀이 내세운 28번의 선발 카드 중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선발 카드가 단 3회에 불과함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지난 9월 3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롯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두산 선발 김선우가 7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 롯데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가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각각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는 두산 선발 켈빈 히메네스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서 펼쳐진 선발 투수의 퀄리티스타트는 이 세 번이 끝. 한국시리즈에서는 국내 대표 좌완 김광현(SK)조차 성공하지 못한 기록이다. 선발투수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대신 상위팀의 계투진은 그라운드에서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는 상위팀들이 단기전에서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다는 점을 알려준다. 실제로 페넌트레이스 전체 퀄리티스타트 상위 10걸 중 6명의 투수가 상위 4팀 소속. 그러나 1경기, 1경기에 일희일비가 갈리는 단기전에서 선발 에이스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대량실점이 없어도 불안한 기미가 비춰질 시 곧바로 강판 지시를 내리는 전략이 이어졌다.
 
실제로 SK는 1차전 선발 김광현이 6타자 연속 탈삼진 위력을 잃자 5이닝을 채우기 전에 바로 강판시켰다. 2-3으로 전세가 역전된 상황이기도 했으나 기선제압이 중요한 만큼 곧바로 김광현의 손에서 공을 건네받아 필승 계투 정우람에게 넘겼다.
 
14승을 올린 카도쿠라 겐 또한 최근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 3차전 선발까지 밀린 뒤 18일 경기서 2이닝 1실점 후 곧바로 이승호(37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단기전에서 선발 투수는 그저 첫 번째 나오는 투수에 불과했다. 삼성 또한 마찬가지로 팀 레딩, 배영수에게 5이닝을 초과하는 이닝 수를 맡기지 않았다.
 
단기전에 나서는 팀들이 극단적으로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음을 증명하는 한 대목. 실제로 고창성을 팀이 치른 10경기에 모두 등판시키는 동시에 정재훈-이현승-레스 왈론드-임태훈으로 계투진을 꾸렸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투구수로 보면 다음 경기서도 쉽게 내보낼 투수는 없다.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이들을 출격시킬 뿐"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단기전에서 취약화되었음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 이는 그동안 김성근 SK 감독이 자주 구사한 전략.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정대현-정우람-이승호 등 필승 계투진에 선발-계투를 오가는 고효준을 투입하며 경기를 매조지는 데 집중했다. SK는 2000년대 말엽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다. 그러나 투수에게 연투가 가져다주는 부담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벽한 전략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감독 자리는 성적에 의해 변화-유지가 가려지게 마련. 2007년부터 4시즌 중 3번의 통합우승 패권을 거머쥔 SK 야구가 점차 프로야구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선발 투수가 아닌 계투진의 위상이 더욱 커진 2010년 포스트시즌은 방향점 만이 아닌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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