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으면서 만류해 봐야지".
SK '캐넌히터' 김재현(35)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했다. 올해를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예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올지 않을 것 같던 예고선언의 기일이 왔다. SK는 지난 19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창단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대만과 일본에서 챔피언십 경기가 남아있지만, 국내 팬들 앞에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마지막이 됐다.
지난 1994년 LG에 입단해 21홈런-21도루로 고졸 신인 열풍을 일으키며 우승 반지를 손에 끼었던 김재현은 17년째 프로 마지막해도 우승으로 장식했다. 그렇다고 무임승차한 것도 아니다.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MVP를 차지한 김재현은 시리즈 4경기에서 7타수 2안타 타율 2할8푼6리 4타점으로 베테랑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즌 중에도 111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10홈런 48타점으로 활약했다.

김재현은 마지막이 된 4차전에서 6회 대타로 나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교체되지 않고 지명타자 자리를 계속 지켰다. 이에 김재현은 "상대 투수가 (좌완인) 차우찬이라 교체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마지막이라고 배려해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성근 감독은 "LG 시절 대구에서 한국시리즈를 할 때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도 대타로 내준 것인데 좋은 무대에서 잘쳐줬다. 대구에서 하는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 감독은 "LG 때부터 (김재현과) 하나의 인연"이라며 김재현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8년 전 역시 감독과 선수로 함께 LG 유니폼을 입고 대구구장에서 준우승의 눈물을 뿌렸던 두 사람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SK 유니폼을 입고 대구구장에서 최후의 순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점은 김재현이 이 무대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아직 4~5년은 더 할 수 있는데…"라며 "나중에 술먹으면서 은퇴를 만류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재현은 시즌 중 수차례 "은퇴 번복은 없다"고 말해왔다. "힘이 있을 때 은퇴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김재현의 지론이다. 대신 김재현에게는 아직 또 하나의 무대가 남아있다. 김재현은 "한국에서는 마지막 경기가 됐지만 아직 대만과 일본에서 치러야할 경기가 있다"고 말했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자격으로 대만(11.4~5)-일본(11.13)에서 차례로 챔피언십을 갖는다. 김재현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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