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미치는 남자. 이 시대 최고의 '미스터 옥토버' 타이틀은 이제 그의 몫이다.
SK 내야수 박정권(29)이 가을에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박정권은 지난 19일 끝난 한국시리즈에서 당당히 MVP를 차지했다. 팀 선배 박경완과 재투표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MVP의 영광을 안았다. 박정권은 "누구 상을 빼앗은 느낌이다.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박경완 선배께 죄송하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4타수 5안타 타율 3할5푼7리 1홈런 6타점으로 MVP에 걸맞는 성적을 낸 박정권이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가을잔치 무대를 밟은 박정권은 당시 주전이 아니었다. 6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유일한 안타가 2루타였다. 주전 멤버가 된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박정권 시리즈'를 연출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1타수 10안타 타율 4할7푼6리 3홈런 8타점으로 MVP를 차지했다.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8타수 11안타 타율 3할9푼3리 2홈런 9타점으로 뜨거운 기세를 이어갔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박정권은 "미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연습배팅에서 연신 날카로운 타구를 뿜어냈던 그는 그 경기에서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차전에서 번트실패로 기세가 꺾이는 듯했지만, 3차전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8회 쐐기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최종 4차전에서도 4회 멀찍이 달아나는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갈랐다.
박정권은 이처럼 가을에 강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성격을 들었다. 그는 "성격하고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성격이 소심한 편인데 큰 일이 닥치면 오히려 차분해지고 대범해지는 스타일이다. 조그만 일에는 당황하고 그러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큰 일이 닥쳤을 때에는 당황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큰 경기라고 생각하면 몸이 굳어진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즐기려 한다. 이런 큰 경기가 너무너무 재미있다"며 웃어보였다.
박정권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22경기 66타수 27안타 타율 4할9리 6홈런 23타점. 2루타 8개와 홈런 4개로 장타율이 무려 0.803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과 동료들이 모두 도와준 덕분"이라며 "이런 팀에 속해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동료들에게 뭐라도 하고 싶다.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고 싶다"며 웃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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