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이다".
SK 김성근 감독의 입에서 칭찬을 듣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선수만큼은 다르다. 칭찬을 넘어 극찬도 종종 듣는다. 김 감독에게 가장 많은 악수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다. 다른 아닌 SK '안방마님' 박경완(38)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박경완의 팀내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한국시리즈 MVP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박경완의 존재감이 컸다는 이야기다.
박경완이 한국시리즈 MVP 투표에서 재투표 끝에 32표를 얻었으나 38표를 얻은 박정권에게 밀려 아깝게 MVP를 놓쳤다. 그래서 박정권은 박경완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MVP를 예상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상을 빼앗은 느낌"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고생해줬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박경완 선배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실질적인 한국시리즈 MVP가 바로 박경완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박경완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지배한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1~2차전에서 도루 2개를 내주는 사이 3차례나 저지해냈다. 도루저지율 6할로 삼성의 발을 꽁꽁 묶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도루를 하다 몇 차례 잡히면서 발이 묶였다"고 아쉬워 할 정도였다. 또한 몸에 맞는 볼을 감수한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치며 삼성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뒤흔들었다. 특유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에 삼성 타자들은 유난히도 맥없는 스탠딩 삼진이 많았다.
박경완은 한국시리즈 4경기 36이닝을 모두 홈플레이트를 지키며 팀을 지휘했다. 타격에서도 13타수 3안타 타율은 2할3푼1리로 낮았지만 1홈런 3타점으로 결정력을 발휘했다.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추격흐름을 끊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도 SK 선수들은 든든함을 느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마운드의 김광현이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먼저 한 것도 박경완에 대한 예의였다.
박정권은 "박경완 선배는 그냥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비들이 정말 편하게 수비할 수 있게 하는 왠지 모를 믿음을 준다. 겉으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제스처도 거의 없는데 포수석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수비를 굉장히 편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박경완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SK 투수들도 마찬가지. 전병두는 "박경완 선배의 리드대로만 따라가면 운이 알아서 따라준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존재감이 크다.
박경완은 시즌 내내 부상과 싸운 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발목 부상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출장을 강행했다. 우리나이 서른아홉에도 여느 젊은 선수들 이상의 체력을 과시했다. 현대 시절 포함 개인 통산 5번째 우승반지를 손에 넣은 뒤 그는 "가장 힘든 만큼 가장 값진 우승을 거둔 것 같다. 한해 동안 수고하신 김성근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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