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4연패를 그대로 갚아주자고 얘기했다".
충격적인 4연패였다. 항상 승리자의 위치에만 있었던 선동렬 감독에게도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4연패로 무너져내린 삼성. 페넌트레이스 동안 보여준 활기차고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한국시리즈에서는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4연패했다. 선동렬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음 한국시리즈에서는 이 4연패를 그대로 갚아주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SK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팀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SK 김성근 감독도 시즌 막판 팀이 휘청거릴 때 삼성에 대한 두려움을 수차례 표현하곤 했다. 전준호 주루코치를 약 2개월간 삼성 전담 전력분석 요원으로 붙일 정도로 철저하게 경계하고 분석했다. 그만큼 삼성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 철저한 준비가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력 우위로 나타났다는 평가.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선동렬 감독은 "아무래도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소모를 한 다음 SK랑 승부하게 됐을 때부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차전 경기를 하고 난 뒤부터 우리가 상당히 어렵겠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대혈투 이후 단 하루의 휴식을 갖고 한국시리즈에 임해야 했다. 그 사이 선수들의 피로도가 알게 모르게 쌓여있었다. 특히 불펜은 시즌 때부터 이어져 온 피로누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그만 힘을 잃었다.
선 감독은 "불펜에 왼손으로 유일하게 있는 권혁이 안 되다보니 불펜쪽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며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과정부터가 힘들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불펜들이 일주일 6경기 중 3경기씩만 던지게 해왔는데 포스트시즌에서는 매일 던지는 투수들도 있었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강의 불펜을 자랑한 삼성이었지만, 계속된 연투에 따른 극심한 피로를 이길 길이 없었다. 또한 권혁을 제외한 왼손 불펜요원을 길러내는 것도 삼성에게 주어진 과제로 떠올랐다.
선 감독은 "지금 당장 우승보다는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내년부터라도 당연히 (우승) 도전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2위에 만족했지만 결과적으로 우승을 위해서는 한국시리즈 직행이 최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SK는 당분간 계속해 우승후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이 SK에게 당한 4연패 굴욕을 되갚아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삼성이 4연패의 교훈을 잊지 않고 피와 살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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