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SK 김재현(35)이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21일 SK 와이번스(http://www.sksports.net/WyvernsMain.asp)와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http://www.lgtwins.com)를 통해 작별의 글을 남긴 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김재현은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라면서 감정을 추스린 후 "17년 동안 사랑한 야구를 그리고 그 세월동안 보잘 것 없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성원해 주신 여러분께 몇 자 글로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문득 돌이켜보니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면서 LG와 SK 팬들이 보낸 준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LG 시절 고관절 수술로 야구를 그만 둘 뻔 했을 때에 대해 "사랑하는 야구를 아프다는 핑계로 초라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돌아왔을 때 팬 여러분이 제 등번호 7번을 들고 잘 돌아왔다고 응원해주시는 모습"에서 "야구를 절실하게 책임감 있게 소중하게 여기며 운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위에서 좀더 선수생활을 하라는 말에 대해서는 "이 체력으로는 몇 년 더 뛰고도 남을 것 같지만 제가 생각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이 그리고 좋은 기억으로 떠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다시 한 번 은퇴의사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 "어쩌면 야구선수 김재현으로 지낸 그 순간을 아마 평생 동안 그리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후회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현은 지난 19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끝으로 한국 무대에서 은퇴를 했으며 내달 4~5일 대만시리즈 챔피언, 13일 일본시리즈 챔피언과의 대결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완전히 정리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재현이 SK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남긴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김재현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컴퓨터앞에 앉았는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올 한해 저희 에스케이 와이번스와 마지막 은퇴를 앞둔 김재현이라는 야구선수를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야구 선수 김재현은 더 이상 보실 수 없겠지만 제가 17년 동안 사랑한 야구를 그리고 그 세월동안 보잘 것 없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성원해 주신 여러분께 몇 자 글로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문득 돌이켜보니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데뷔 첫해 야구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에 우승을 하게 되어 너무도 많은 사랑을 팬 여러분께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엘지 트윈스에서 꼬박 10년을 함께했습니다.
고관절 수술을 하게 되면서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을 수도 있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야구를 아프다는 핑계로 초라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열심히 했습니다.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저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믿음과 저를 기다려주신 팬 분께 과연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돌아 왔을 때 팬 여러분이 제 등번호 7번을 들고 잘 돌아왔다고 응원해주시는 모습 아직도 생생하게 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그 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전보다 훨씬 야구를 절실하게 책임감 있게 소중하게 여기며 운동하게 된 것이... 정말 소중했습니다. 매 타석 타석마다....
정들었던 친정팀을 떠나 에스케이 와이번스로 이적 했을 때도 저는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낯선 팀에 와서 적응하기 쉬울까 걱정도 했었지만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우리 에스케이 와이번스 팬 여러분들과 부족한 저를 따라서 인천까지 응원을 와 주셨던 모든 팬 덕분에 다시 마음을 잡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엘지에 있을 때나 에스케이에 있을 때나 팬 여러분들은 똑같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십니다. 친정팀이라는 추억과 이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나의 소중한 동료들과 아름다운 팬 여러분들께 무어라 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그만두려하느냐 다시 아픈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건강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이 체력으로는 몇 년 더 뛰고도 남을 것 같지만 제가 생각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이 그리고 좋은 기억으로 떠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야구선수 김재현으로 지낸 그 순간을 아마 평생 동안 그리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야구선수 김재현을 오래 오래 기억해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할 것입니다.
이제 이런 글을 남길 일도 없을 것 같아 너무 길게 글을 남긴 것 같네요.
두서 없는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 순간까지 저를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저를 믿고 따라준 우리 선수들과 팬 여러분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현 올림.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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