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힘찬 기합소리가 터져나온다. 종종 힘겨움의 신음소리도 새어나왔다. 어느새 하나둘씩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졌다. 선선한 가을바람에도 훈련열기로 뜨거웠던 그라운드. 지난 22일 한화의 마무리훈련 현장은 독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2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한 한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시즌 종료 후 일주일간 휴식기를 가진 한화는 가을잔치가 한창일 때 훈련을 거듭했다.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30여명의 선수들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보낸 가운데 나머지 잔류선수들을 모아 대전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몇몇 부상선수들을 빼고 선수단 전원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훈련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시즌이 끝났지만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일본으로 건너가 6일간 교육리그에서 뛰는 어린 선수들을 직접 점검한 한 감독은 지난주 국내로 돌아와 잔류선수들의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단순히 훈련을 지켜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을 붙잡고 맨투맨으로 지도했다. 대타자 출신인 만큼 타자들의 타격을 세심하게 가르쳤다. 기합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강하게 자극도 불어넣었다.

한 감독은 "전력보강이 없는 상황이니 만큼 훈련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오프시즌 동안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다. 오히려 베테랑 타자 장성호가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가 내년 5월에야 복귀가 가능하다. 한 감독은 "시즌 중에도 어깨가 좋지 않다고는 말은 했는데 그 정도인 줄을 몰랐다. 아무래도 내년 시즌 계획이 틀어진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마냥 안타까워할 수만은 없었다. 강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 감독은 "사실 지금이 선수들 입장에서는 가장 훈련하기 싫은 시기다. 쉬고 싶을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최하위했는데 놀고 있을 수만 없다. 정말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준 투수코치도 "남들은 가을잔치하는데, 우리는 훈련이라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선수들도 독기가 바짝 올라있다. 유격수 이대수는 "2년 연속으로 꼴찌했는데 또 꼴찌하면 쪽팔리는 일이다. 모두가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도 "올해 3할 타율을 쳤지만, 한해만 잘해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한다"고 밝혔다. 박정진도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TV로 포스트시즌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다.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에는 그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모두가 갖고 있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는 28일부터 일본 나가사키로 마무리캠프 장소를 옮긴다. 정영기 2군 감독은 "당장 캠프명단에 들기 위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경쟁을 통해 우리팀에 부족했던 끈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 한화의 마무리훈련. 독기가 잔뜩 서려있는 독수리들의 발톱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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