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완벽해지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2년만에 맛 본 왕좌다. SK 와이번스가 세 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더구나 세 번째는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았다.
세 번째 스윕 우승이기도 하다. SK는 2007년 두산을 상대로 2패 후 4연승을 거뒀고 2008년 역시 두산에 1패 후 4승을 내리 쓸어담았다. 작년에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KIA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정상을 탈환했다.

SK의 이번 4연승 스윕은 팀과 상대는 물론 시리즈 전체 판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팀 입장에서는 쌓을 수 있는 최대 경험치를 보유하게 됐다. 앞선 세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얻은 시행착오를 사실상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했다. 이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어떻게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싸워가는지 확실한 컬리큘럼의 틀을 완성했다.
SK 김강민은 "2007년에는 한국시리즈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김재현 선배 정도만 차분했을 뿐 나머지는 하나같이 우왕좌왕 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들 가만히 제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필요하면 스스로 보충할 점을 찾아 훈련에 나섰다"고 이번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들어서기 전부터 SK의 우승을 장담했다.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시리즈는 그냥 보통의 시리즈가 아니다"고 한마디로 설명한 뒤 "2007년에는 다리가 후달거릴 정도였다. 작년에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갔더니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한 경기에 쏟는 집중력에 의한 피로도는 아마 페넌트레이스 경기 3~4개에 맞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고 우리와 싸웠던 두산이 올라온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시리즈 경험이 적은 삼성이 올라온다면 오히려 쉽게 이길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SK의 스윕은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와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불안요소를 진화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야구팬들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열광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경기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야구인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심지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수준을 떨어뜨렸다", "그런 경기는 처음 봤다"고 혀를 차는 야구인들도 있었다. 흐름의 경기인 야구지만 한 경기 속에서 수차례 왔다갔다 하는 경기를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원인이 계속된 어이없는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야구팬 입장에서는 점수 결과에 열광했지만 야구인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런 식의 흐름이 이어져 오던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 SK였다.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래야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 그나마 SK였다는 것이었다.

4연승 스윕은 내년 시즌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이 적어도 1승을 거뒀어야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내년 시즌에도 SK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한 채 시즌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총동원 되는 포스트시즌에서 한 팀을 상대로 4패를 하거다 4승을 하는 것은 큰 파장이 될 수 있다"면서 "2007년 2패 뒤 4연승을 거둔 후 두산이 아직 한 번도 SK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일단 한 팀에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 악순환을 벗지 못한다. 그런 기억이 없는 특출한 선수 한 명이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수는 타자보다 투수일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결국 SK가 적어도 삼성과 두산에는 확실한 우위를 점한 채 내년 시즌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과 두산 선수들의 잠재의식 속에 SK에 대한 두려움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시즌에 두 팀이 올라온다 해도 SK를 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두 번의 리버스 스윕을 제외하고도 4연승 스윕은 이번까지 역대 6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쉽지 않지만 일단 하고 나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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