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2006년처럼 상대팀이 6회 이후 경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맞붙고 싶다".(권오준)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붙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K-O 펀치' 권오준(30)과 오승환(28)이 독기를 품었다. 지난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두 선수는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23일 오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권오준은 "허무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경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전격 합류한 오승환 역시 마찬가지. "경기에서 패한 뒤 많이 아쉬운 건 당연한 것이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 팀이 좋은 분위기를 타거나 투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어야 하는데 1차전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한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내년에 다시 한 번 부딪혀보고 싶다.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붙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규 시즌부터 만나게 되면 쉽지 않은 팀이라는 걸 증명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뜻하지 않은 부상 속에 정규 시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를 통해 내년 시즌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권오준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말했지만 올 시즌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나아가며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즌 초반에 좋아졌다가 중반 들어 아파서 빠졌지만 후반 무렵에 예전과 버금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100% 상태가 아니었는데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이 되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 예전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권오준이 돌아왔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던가. 권오준과 오승환은 구종 개발에 전념할 생각이다.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 대신 다양한 구종을 통해 상대 타선을 제압할 각오. 권오준은 "스피드도 중요하겠지만 구종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껏 직구와 체인지업 2가지만 갖고 했는데 다른 변화구도 던지고 직구 뿐만 아니라 투심 패스트볼처럼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신무기 장착을 선언했다.
과거에는 힘으로 제압했다면 내년부터 기교와 경험을 겸비하겠다는게 그의 생각. 권오준은 "옛날과 지금의 타자 수준은 확실히 다르다. 어릴때 힘이 될때까지 힘으로 붙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구종의 변화가 필요하다. 타자들은 계속 변해가는데 나만 예전 모습을 고집할 수 없다. 나 역시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승환은 '돌직구'라고 불릴 만큼 묵직한 직구가 돋보였지만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우선 겨울에는 체력 훈련 위주로 하고 전훈 캠프에 가면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져볼 생각이다. 이미 코치님께 말씀드린 상태다. 여러가지 구종을 던져보고 내게 가장 알맞은 변화구를 익힐 것이다. 전훈 캠프에서 많이 던지려면 체력이 중요하다".

삼성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K-O 펀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권오준은 "한 선배가 항상 '네가 잘 해야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정말 잘 하고 싶었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뒤 (정)현욱이형을 비롯해 (안)지만이와 (권)혁이가 많이 던져 포스트시즌에서 지쳤던 것 같아 미안하다"며 "내년에는 2005, 2006년처럼 마운드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상대팀이 6회 이후 경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맞붙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보여주면 된다". 오승환의 한 마디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과연 되겠냐'고 말하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운동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본다. 훈련량과 자신감은 직결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결과로 보여주는게 정답"이라고 다짐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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