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야구 대부' 양준혁, 뒷모습이 빛나는 전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25 10: 12

"수년 전부터 생각한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야구만한 운동이 없다".
지난 24일 대전 갑천 와동 잔디구장에서 제1회 양준혁 전국청소년 야구대축제가 열렸다. '양신' 양준혁(41)은 대회장으로서 오전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SK와의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공식무대에서 은퇴한 양준혁은 야구로 받았던 것을 야구로 베풀겠다는 마음이었다. 양준혁은 "이제 1회 대회로 부족한 것이 많지만 앞으로 더 큰 행사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55개팀에서 1,000여명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마감됐다. 양준혁은 청소년야구의 저변확대에 대해 진지한 표정으로 역설했다.
▲ 청소년 야구가 중요

양준혁은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리더십과 올바른 인성함양을 강조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거나 집에서 컴퓨터만 한다. 공부를 가르칠 뿐 인성을 가르지지 않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특히 야구를 통해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과 희생 정신을 배워야 한다. 단순히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주말에라도 이렇게 그라운드에 나와 뛰고 나면 학업능률도 더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이 양준혁의 말이다.
무엇보다도 양준혁이 강조한 것은 유소년야구도 사회인야구도 아니었다. 바로 그 중간선상에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양준혁은 "유소년 야구도 좋다. 그런데 유소년 때에만 야구하고 중학교 들어간 이후에 야구를 안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야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청소년들도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혼자 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호(41) 북경 스코어 베이스볼 총감독은 양준혁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양준혁의 영남대 1년 후배로 한화-쌍방울-SK에서 활동했던 이 감독은 "(양)준혁이형이 예전부터 이 같은 대회를 많이 생각해왔었다. 이번 행사에도 준혁이형이 자비로 5천만원 넘게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은 청소년 야구 클럽이 1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야구클럽에 들지 않으면 그 또래에서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우리도 공부도 하고 야구도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야구 강국"이라며 앞으로도 양준혁과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에는 박한이 배영수 현재윤 등 양준혁의 팀 후배들이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박한이는 "준혁이형이 마련한 행사인데 빠질 수가 없었다. 당연히 도와야 한다. 막상 와보니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 구장과 장소가 없다
양준혁은 수년 전부터 청소년 클럽야구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몇년 전부터 청소년 야구 클럽을 생각했다. 작년에도 시범형식으로 이곳 대전에서 한 차례 치렀었다"며 "올해 은퇴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아마 국내 야구선수 중에서는 내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생야구 관련 행사는 있었지만 정식으로 야구하지 않는 클럽 형식으로 선수 이름을 딴 대회는 양준혁이 거의 처음이다. 그만큼 뜻깊은 행사였다.
양준혁은 "내가 처음이지만 다른 선수들이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나. 마땅한 구장과 장소가 없었다"며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직접 구청을 찾아다니며 인사도 드리고 자리를 알아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왜 대구에서 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대구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서 "물론 대구에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전국의 청소년들이 모이기에는 중심부인 대전이 좋지 않나. 앞으로도 대전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준혁은 "축구는 홍명보나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대회를 많이 연다.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장소가 많고 재단에서도 후원을 많이 해준다"며 "야구계는 아직 그렇게 체계적으로 되어있지 않은데 구장과 장소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우리도 구장과 장소만 여유있으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다. 무료로 봉사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며 턱없이 부족한 야구 인프라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궁극적인 양준혁의 목표는 야구장 건립. 그는 "청소년 야구장을 건립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 거룩한 출발의 시작
행사가 끝나자 양준혁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1회 대회였지만, 성황리에 끝마친 것에 더없이 기쁜 모습이었다. 양준혁은 "굉장히 뿌듯하다"며 웃어보였다. 이날 행사에서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양준혁을 '청소년야구의 대부'로 임명하며 헹가레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물론 어린 소년들이 양준혁을 제대로 헹가레치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남달랐다. 양준혁은 "청소년 여러분들의 야구와 인생의 멘토가 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행사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로 가득했다.
양준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올해는 시간이 조금 촉박해서 준비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후원사도 더 끌어들이고 홍보도 더 할 것이다. 올해는 55개 팀이 참가했지만 내년에는 100여개 팀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최종적으로 1000여개 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승리와 패배를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이건 대회가 아니라 대축제"라는 것이 양준혁의 말이다.
양준혁은 "물론 앞으로 내가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일은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어 청소년야구의 대부가 되겠다는 말이다. 그는 "앞으로 대전을 청소년야구의 메카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2월쯤 미국으로 연수길에 오르는 양준혁은 남은 기간 TV 예능 나들이에 나선다. 양준혁은 "TV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청소년야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행사를 홍보할 것이다. 많이 좀 알려 달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야구로 받은 것을 야구로 베풀고 있는 양준혁. 그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은퇴한 전설은 뒷모습이 더 빛나는 법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