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MVP? 몰표만 안 당했으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25 07: 00

"몰표만 안 당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3)은 이미 마음을 비운 듯했다. 25일 열리는 2010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은 이대호(롯데) 김광현(SK)과 함께 MVP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6년 생애 첫 MVP를 수상한 바 있는 류현진으로서는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류현진은 올해 25경기에서 3차례 완봉 포함 5차례나 완투를 해내며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187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탈삼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다승·승률(0.800)·투구이닝(192⅔)에서는 모두 2위에 랭크됐다. 게다가 25경기 가운데 무려 23경기를 퀄리티 스타트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은 비공인 세계 신기록. 그만큼 압도적이었고 다른 해였더라면 MVP는 따놓은 당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류현진은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운 듯했다. 그는 "개인적인 성적으로는 아주 만족한다. 그렇지만 (이)대호형이 워낙 잘했으니까 아무래도 무게가 좀 기울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몰표만 안 당했으면 좋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올해 이대호는 타율(0.364)·최다안타(164개)·홈런(44개)·타점(133개)·득점(99점)·장타율(0.667)·출루율(0.444) 등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타격 7관왕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게다가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까지 세웠다.
류현진은 "MVP를 수상한 2006년보다 올해가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MVP보다 올해 더 좋은 피칭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2006년 30경기에서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를 기록, 타율 3할3푼6리 26홈런 88타점의 이대호를 제치고 MVP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최초로 신인왕과 더불어 MVP까지 동시 석권이라는 새역사를 썼다. 하지만 투구내용으로 볼 때는 올해가 훨씬 만족스러웠다는 것이 류현진의 자평이다.
오히려 류현진은 MVP 수상 여부보다 2년 연속 최하위로 처진 팀 사정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을잔치를 보면서 솔직히 많이 부러웠었다. 나도 우리팀 선수들과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신경현 선배님이랑 (이)대수형이 '내년에는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가을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많고,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스로서 사명감이 느껴지는 대목. 마음만큼은 이미 MVP 자격을 갖춘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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