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지난 여름 K씨(23세, 남)에겐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여자 친구와 유명 워터파크로 놀러갔을 때의 기억이다. 언뜻 들으면 여름철 워터파크에 그것도 여자 친구와 함께 간 K씨가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겐 남모를 ‘약점’이 있었다. 바로 ‘여유증’이다. 여유증은 여성형 유방증의 줄임말로 남성에게 여성처럼 봉긋한 가슴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말 그대로 봉긋한 가슴을 K씨 역시 가지고 있었고, 여자 친구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워터파크엔 오고 싶지 않았지만 올 여름도 이대로 보낼 거냐는 여자 친구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것이었다. 그날 K씨는 사방으로 지나다니는 ‘몸짱’들 사이에서 혹여나 여자 친구가 자신의 가슴을 눈치 챌까 단 한 번도 구명조끼를 벗지 못했다.

예전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여유증이라는 단어가 언젠가부터 익숙해졌다. 그만큼 K씨처럼 여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우리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여유증 환자들은 일차적으로 외모의 변화에 따른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큰 것은 위의 K씨의 예처럼 여유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이다.
환자 본인이 아니라면 여유증이 뭐 그렇게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까 생각하겠지만 정작 본인들의 스트레스 정도는 심각하다. 일단 스스로 남들과는 다른 외모에 불만족을 느끼고 또 그 외모 때문에 남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한 번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유증 환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기피하게 되고, 목욕탕이나 수영장처럼 어쩔 수 없이 알몸이 드러나는 곳은 절대 가지 못하게 된다. 그 만큼 행동의 제약이 커지는 것이다.
이미 이 수준의 환자라면 여유증 자체를 개선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많은 경우 여유증도 일반 비만처럼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병행하면 해결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이 일시적인 비만이 아니라 여유증이 확실하다면 운동이나 다이어트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무리한 다이어트의 결과 몸의 살은 빠졌는데 여유증 가슴살은 빠지지 않아 더 부각되어 보이기도 한다.
여유증 해결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이다. 수술이란 말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여유증 수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여유증 수술은 수술 부위를 최소 절개한 다음 그 사이로 수술 도구를 삽입하여 불필요한 지방과 유선을 제거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개 부위가 작은 만큼 출혈도 적고 통증도 거의 없는 편이다. 또 수술 후 역시 약간의 뻐근함만 느껴질 뿐 큰 통증이 없고 흉터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수술 직후 열흘 정도는 사후 관리를 위해 압박복을 잠시 착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덥고 습한 여름보다는 요즘처럼 선선한 가을이 수술을 받기에는 제격이다. 또한 옷차림이 길고 두툼해져 압박복을 가리기도 좋기 때문에 잠깐 틈을 내서 수술을 받는 경우에도 큰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정철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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