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이 자리까지 10년 걸렸습니다".
'빅보이' 이대호(28, 롯데 자이언츠)가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한국프로야구 최고 선수가 됐다.
'타격 7관왕' 이대호가 25일 오후 2시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됐다. 59표를 수상한 이대호는 SK 와이번스를 우승으로 이끈 '다승왕' 김광현(22, SK), 23경기 연속 퀄리트 스타트를 기록한 '괴물투수' 류현진(23, 한화)를 물리치고 올 시즌 MVP로 등극했다. 류현진은 30표, 김광현은 3표에 그쳤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푼4리 174안타 44홈런 133타점 99득점 장타율 6할6푼7리 출루율 4할4푼4리 등 도루를 제외한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타격 7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시상 직후 이대호는 "감사합니다. 이 자리까지 10년 걸렸다. 2006년 상 4개 받고 쓸쓸히 퇴장했다. 이 자리에 꼭 서고 싶었는데 기쁘다. 작년 겨울에 결혼했는데 와이프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제 이 자리에 지켜야 하는데, 내년에는 이 상이 아닌 팀이 우승을 하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우승은 세계청소년대회와 올림픽 뿐이었다. 내년에는 소속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16경기 연속 득점과 역대 최초 타율 3할6푼이상과 40홈런 이상을 동시에 달성했을 뿐 아니라 타격 3관왕을 2회 달성했다. 또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한국야구를 전 세계에 알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엠엘비닷컴(MLB.com)도 "한국의 이대호가 새로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며 칭찬했다.
7관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경쟁자이자 팀 동료였던 홍성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성흔이형이 많이 부러워 하는 것 같다. 저에게 하나만 달라고 했는데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지만 "내년에도 성흔이형과 경쟁을 해서 제가 이기고 싶다. 성흔이형은 3년연속 타격 2위를 기록했다"는 농을 던졌다.
최고가 되기까지는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다. 이대호는 어린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라 부산 수영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스타인 '절친' 추신수(28,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권유에 야구를 시작한 이대호는 대동중과 경남고를 거쳐 지난 2001년 롯데에 입단했다.
그러나 입단 첫해 전지훈련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프로무대에서 단 한 경기도 투수로 출전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했다. 타자로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기대를 받던 이대호는 2002년 또 다시 시련을 맞이해야 했다. 백인천 감독의 지시로 체중감량을 위해 무리하게 운동을 하던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는 것은 이대호에게 일상과 같은 일이었다. 이대호는 마침내 2004년부터 롯데 4번탖로 꾸준히 출전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1984년 이만수(현 SK) 수석 코치 이후 처음으로 타격 3관에에 올랐지만 투수 3관왕 류현진에 MVP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당시 "다음 번에는 6관왕을 해서 MVP를 타겠다"고 다짐했던 이대호는 올해 '6관왕'이 아닌 '타격 7관왕'을 달성하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별이 됐다. 이대호는 "프런트에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건태라는 친구는 나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인터뷰 거절 때문에 팀장님도 곤란하셨다. 팬들도 오해를 많이 하셨을 것이다. 저도 웃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시합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야구장에서 많이 웃으면 내가 약해보기 때문에 잘 안 웃는다"며 오해를 풀고 이해를 구했다.
이대호는 야구를 통해서 '아름다운 인생'을 완성했다.
agassi@osen.co.kr
<사진>김영민 기자 /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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