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례로 보는 '아까운 MVP 차점자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26 07: 03

한화 류현진은 2010년 역사적인 한해를 보냈다. 25경기에서 3차례 완봉 포함 5차례 완투를 기록하는 등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187개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점·다승 1위였고, 다승·승률(0.800)·투구이닝(192⅔) 모두 2위였다. 25경기 중 23차례 퀄리티 스타트에 지난해부터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라는 세계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이대호(롯데)의 벽에 막혔다. "몰표만 안 당했으면 좋겠다"던 류현진은 "생각보다 많은 30표나 얻었다"며 웃어보였다. 류현진 사례에서 보는 역대 프로야구의 아까운 MVP 투표 차점자들은 누가 있을까.
▲ 1993년 삼성 양준혁

'원조 괴물' 양준혁은 1993년 삼성 유니폼을 입자마자 가공할 만한 괴력을 발휘했다. 106경기에서 381타수 130안타 타율 3할4푼1리 23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해부터 타격왕을 차지한 양준혁은 출루율(0.436)·장타율(0.598)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으로서 타격 3관왕을 차지했고 홈런·타점 2위에 올랐으나 MVP는 팀 선배 김성래에게 돌아갔다. 김성래가 홈런과 타점 2관왕에 오른 데다 부상을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재기한 스토리에 동정표가 쏠렸다. 당시 전반기까지 방위병으로 복무 중이었던 양준혁은 김성래보다 18경기를 덜 뛰고도 홈런·타점에서 각각 5개·1개씩만 모자랐다. 양준혁은 끝내 MVP를 차지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양준혁은 "그때는 아쉬운 것도 좀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괜찮다. 대신 나는 오래 뛰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 1995년 LG 이상훈
선발 20승은 현대야구에서 꿈의 기록으로 상징된다. 토종 투수가 순수 선발 20승을 기록한 건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인 1995년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LG 에이스' 이상훈은 이해 30경기에서 3차례 완봉 포함 무려 12차례의 완투를 기록하며 20승5패 평균자책점 2.01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228⅓이닝을 던지며 다승 1위에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5위(142개)에 올랐다. 그러나 MVP는 최초의 서울 구단 홈런-타점왕을 차지한 OB 김상호에게 돌아갔다. 당시 김상호는 25홈런·101타점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이었지만 이상훈과 비교하면 밀렸던 것이 사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이상훈이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0.38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데다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탓에 MVP 투표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 2001년 LG 신윤호
2001년 프로야구 최고의 신데렐라는 LG 우완 신윤호였다. 이전까지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만 머물렀던 신윤호는 김성근 감독을 만나 야구에 눈을 떴다. 그해 무려 70경기에 등판해 15승6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선발투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려 144⅓이닝을 던졌다. 롯데 손민한과 공동 다승왕에 오른 신윤호는 32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에 승률왕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평균자책점도 2위. 당당히 MVP 후보에도 오른 신윤호는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35표를 얻었으나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2차 투표로 넘어가야했다. 그리고 2차 투표에서 삼성 이승엽에 4표차로 패하고 말았다. 그해 이승엽은 홈런왕(39개)에 올랐지만, 그것이 그해 유일한 타이틀이었다. 이름값에서 밀린 결과였다.
▲ 2004년 현대 브룸바
 
현대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는 2004년 한국야구 2년차를 맞아 무시무시한 위력을 뽐냈다. 132경기에서 475타수 163안타 타율 3할4푼3리 33홈런 10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외국인 타자로는 최초이자 마지막 타격왕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그해 홈런과 타점에서도 각각 2위·3위에 오른 브룸바는 출루율(0.468)·장타율(0.608)에서도 1위에 오르며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룸바는 큰 이견없이 MVP를 놓쳐야 했다. 같은 해 35경기에서 2차례 완봉 포함 4완투를 해내며 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한 삼성 배영수가 MVP를 가져갔다. 당시 다승·승률 2관왕을 차지한 배영수는 한국시리즈에서 '10이닝 비공인 노히트노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표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브룸바는 외국인선수라는 핸디캡까지 있었다.
▲ 2006년 롯데 이대호
올해 MVP 투표에서 웃은 이대호는 4년 전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해 122경기에서 443타수 149안타 타율 3할3푼6리 26홈런 88타점으로 활약한 이대호는 1984년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타율·홈런·타점의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에서도 이대호의 위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데뷔 첫 해부터 6차례 완투를 비롯해 18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 탈삼진 204개를 기록한 류현진의 괴력에 가로막혔다. 게다가 30홈런과 90타점 미만의 성적으로 타이틀을 차지해 '미니 3관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까지 붙었다. 하지만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대호는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적으로 MVP 트로피를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MVP 트로피를 든 이대호는 "4년 전에는 상 4개 받고 쓸쓸히 퇴장했다. 이 자리에 꼭 서고 싶었는데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