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명예회복' 박한이, "과소평가 이기고 싶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26 10: 44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운 게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4일 총 18명의 FA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어급으로 손꼽히는 삼성 투수 배영수는 다소 애매한 처지에 놓여있다. 부상 후유증으로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부활 가능성을 보였고 삼성에 공헌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FA 계약 적정 수준을 놓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는 결혼 준비까지 해야 한다. 지난해 박한이(31)가 처한 상황과 닮았다.
1년 전 이맘때 박한이는 호기롭게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다. 2001년 데뷔 후 9년간 부상없이 꾸준히 삼성의 외야를 지켰으나 삼성의 제안은 박한이를 만족시키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FA 시장은 더 냉혹했다. 어느 팀에서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결국 박한이는 2년간 총액 10억원이라는 헐값에 삼성과 재계약해야 했다. 그 역시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 FA 테이블을 차렸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1년 후 박한이는 보란듯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128경기에 출장해 379타수 114안타 타율 3할1리 11홈런 63타점 64득점으로 삼성 팀 타선을 이끌었다. 6년 만에 두자릿수 홈런과 60타점대로 복귀하며 장타력까지 회복했다. 박한이는 "이게 전부 결혼을 잘한 덕분이다. 아내가 내조를 잘해준 것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며 웃어보였다. 박한이는 지난 24일 양준혁이 주최한 청소년야구 대축제에도 탤런트 아내 조명진씨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한이 부부는 '노총각' 양준혁이 보는 앞에서 캐치볼하며 남다른 금실을 자랑했다.
그러나 박한이가 더 이를 악 문 것은 과소평가받은 부분 때문이었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뛰며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아쉬웠고,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이 게 사실이다. 보이는 것만 인정하는 것에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과소평가받은 부분을 이겨내고 싶었다. 기술적으로도 달라졌지만 마음가짐이 더 달라졌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 누구보다 많이 볼을 골라내며 4할대 출루율을 꾸준하게 유지했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은 것에 더 독하게 마음을 먹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한 해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방점을 찍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한이는 "개인적으로 명예회복을 했지만 팀이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너무 허무하게 져서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한이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21타수 8안타 타율 3할8푼1리 1홈런 6타점으로 MVP를 차지하며 분투했다. 박한이는 "내년에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 한 번 굳게 다짐했다. 10년째 삼성이라는 선산을 지키는 '소나무' 박한이의 다짐이라면 믿어 볼만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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