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하순의 일이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합류를 위해 캠프가 펼쳐진 하와이에 도착해 훈련 첫 일정을 치른 추신수(28.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정강이는 검붉게 물들어있었다.
소속팀에서의 훈련 도중 동료와의 충돌로 인해 심한 타박상을 입고 훈련에 참여한 추신수는 괜찮은지에 대해 묻자 "괜찮습니다. 빨리 나아서 우리나라가 이기는 데 힘을 보태야지요"라며 웃었다. 얼음찜질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추신수는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서 쐐기 스리런을 작렬하는 등 준우승에 한 몫하는 수훈을 보였다.

올 시즌 3할 22홈런 22도루로 2년 연속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호타준족으로 성장한 추신수가 이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세 마리 토끼를 잡을 태세다.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탈환과 자신의 야구 인생이 걸린 병역 특례와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이 걸린 어마어마한 일이다.
추신수의 성인 대표팀 승선은 이번이 두 번째.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맛보았던 추신수는 지난해 WB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이대호(롯데), 김태균(당시 한화, 현 지바 롯데), 정근우(SK) 등 2000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을 함께 일군 친구들과 재회해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WBC 참가를 통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를 일찌감치 기정사실화한 추신수였다.
이번에도 추신수는 대표팀의 3번 타자로서 기동력과 파괴력을 함께 과시할 예정이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는 4할1리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선구안 면에서 좀 더 노련한 면모를 보이며 기량이 절정기에 달했음을 알렸다. 단순한 장타만이 아닌 후속 타자들에게 찬스를 이어주는 또 한 명의 테이블 세터 요원으로도 활약이 가능한 카드.
WBC에서도 김인식 당시 감독(현 KBO 기술위원장)은 추신수에게 '사인 없이도 루를 훔치는' 그린라이트를 부여한 바 있다. 또한 캠프 당시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는 누상에서 밀어치는 타구가 나올 시에는 곧바로 2루를 거쳐 3루까지 내딛는 발군의 주루플레이까지 선보였다. 그 때 추신수는 오른쪽 정강이 타박상으로 제 힘을 100% 발휘하지 못하던 시기.
조범현 감독 또한 금메달 사냥의 가장 큰 암초가 될 대만전에 대해 "타격보다는 수비와 주루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밝혔다. 확실한 송구 능력을 갖춘 동시에 주전 우익수로 자리를 굳힌 추신수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그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해야할 역할은 굉장히 많다. 선수단 내 나이 서열로 따져도 그는 팀 내 1982년생으로 공동 6위에 해당하는 중심축 중 한 명. 선배와 후배의 가교로서도 덕아웃에서 힘을 불어넣을 위치다.
1년 전 그는 자신이 대표팀에서 맡은 바를 알고 심한 타박상에도 "아무렇지 않게 뛸 수 있다. 팀에 해가 되지 않도록 내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아 대회에서 맹활약하겠다"라고 다짐했고 이를 실현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만이 아닌 선수 본인의 풍요로운 야구 인생을 위해 나서는 추신수의 왼쪽 가슴은 그래서 더욱 뜨겁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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