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이병석, "수비 선수는 구원 투수이자 악역" [인터뷰]
OSEN 전성민 기자
발행 2010.10.27 07: 44

출전시간 14분 58초. 2점슛 시도 1번. 기록지 상에는 활약상이 미미하게 나오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들이 있다.
인천 전자랜드의 이병석(33)과 이현호(30)는 소위 수비 전문선수다. 수비 선수들은 화려하거나 팬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하지만 팀에 승리를 선사한다.
수비 5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국내 최정상급 수비수 두 명을 지난 26일 인천 전자랜드 숙소서 만났다.

▲ 수비 선수는 구원 투수다.
농구의 수비 선수와 야구의 구원 투수 모두 막아야 사는 선수들이다. 한두 점 차의 리드를 지켜야 하는 것과 어느 순간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병석: 수비 선수는 박빙의 승부처서 들어간다. 코트에 어느 시점에 들어갈지도 알 수 없다. 스트레칭을 통해 항시 몸을 풀어 놓으며 공을 계속 만져 감각을 유지한다. 상대팀이 그날 경기서 많이 시도하는 패턴 플레이나 마크해야 할 선수가 슛을 많이 쏘는지 돌파를 많이 하는지 눈여겨 본다.
현호: 수비 선수는 경기가 잘 안 풀리는 상황서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비를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교체돼 들어가는 사람이 잘해줘야 경기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코트에 들어간다. 승부처서 들어가기 때문에 실수하면 패배를 불러 올 수 있다.
모든 투수가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의 풀카운트서 다음 공 선택에 어려움을 겪듯 수비 선수들은 팀파울 상황서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
병석: 팀파울이 아닌 상황서 들어가야 상대가 좋은 흐름일 때 파울로 막아서 끊을 수 있다. 팀파울에 걸린 상황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수비 선수는 악역이다.
공격 선수가 슈팅, 드리블, 패스 등으로 득점을 노린다면 수비 선수는 트랩수비, 블로킹, 리바운드, 파울로 어떻게든 실점을 줄이려 노력한다. 파울은 수비 선수가 가진 하나의 선택 사항인 것이다. 수비 선수들 또한 파울을 당한다.
병석: 수비 선수들은 안티팬이 많다. 공격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파울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파울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득점을 쉽게 허용하기 때문이다.
현호: 간혹 거친 파울이 나오는데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파울을 하면 경기 후에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병석: 수비 선수는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상이 많다. 선수들과 부딪혀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 타박상을 달고 산다. 부상을 치료해주는 트레이너들이 고생이 많다.
▲ 수비 선수는 반쪽 선수다?
전자랜드에는 서장훈, 문태종, 신기성, 허버트 힐 등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이병석, 이현호는 수비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 공격을 하는 것 보다 팀 전체에 도움이 된다.
병석: 공격을 못해서 안한다기 보다는 팀 내서 주어진 역할에 의해 수비에 중점을 많이 둔다고 생각한다. 팀 내에는 슛성공률이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역할을 나눈 것이다. 수비 선수는 화려하지 않고 잘 보이지 않지만 팀 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  
현호: 비시즌에는 공격 선수다(웃음). 용병이 없기 때문에 골밑서 슛을 많이 시도하고 득점도 많이 올린다.
병석: 수비가 한 쪽에 몰려 기회가 생겼을 때 득점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슛을 위주로 연습한다. 빈 공간을 찾아 가거나 속공에 참여하는 등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 움직임을 연습한다.
▲ 수비는 OO다.
병석: 수비는 공격이다. 상대방을 따라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공격적인 수비에 의해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현호: 수비는 출발이다. 지고 있을 때 '수비부터 하자'는 말을 한다. 리바운드를 잡고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야 경기를 역전할 수 있다. 또한 수비는 내 밥그릇이다(웃음).
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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