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종훈(51) 감독이 훈련 환경 변화를 통해 야구 습관 바꾸기에 나섰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치욕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말한다. 야구 선수들에게도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프로야구 주전급 선수가 전경기(133경기)에 출전한다고 가정할 경우 1997이닝, 399타석을 경험한다. 타자들의 경우 매 경기 최소 3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서 투수들과 상대한다. 야수들은 비슷한 타구를 반복해서 수비한다. 이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이유는 오직 승리를 위함이다.
올 시즌 LG 지휘봉을 잡은 박종훈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57승5무71패로 6위로 마쳤다. 전반기를 5위로 마치며 LG의 숙원이던 4강 진입 목표를 이루는 듯 싶었으나 또 다시 실패했다. 지난 8년 동안 '6-6-6-8-5-8-7-6'이란 성적표가 말해주듯 가을야구를 못한 탓에 LG는 '이기는 습관'이 없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박 감독도 "내년 시즌을 위해서는 좋은습관, 즉 이기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 감독은 '이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강훈련을 통해 선수들 습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6일 진주 연암공대 야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감독은 "올 시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면'이란 가정법이 많았다"며 "선수들의 야구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훈련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마무리훈련을 시작한 LG는 1군 선수들을 주축으로 남해와 진주에서 훈련했다. 유망주들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보내 경기 감각을 더 키웠다. 재활 및 신인은 구리 퓨처스 구장에서 훈련을 늦추지 않았다. 여기에 LG는 29일 국내외 훈련을 마무리하고 11월 1일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날아가 12월20일까지 50여일 동안 선수단 대부분인 45명이 훈련할 예정이다.
플로리다는 이택근, 이대형, 조인성 등 주전들 뿐 아니라 박동욱, 최성민과 같은 유망주들도 대거 참가한다. '봉타나' 봉중근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합류할 예정이다. 대륙간컵야구대회에 참가한 오지환과 박현준도 추가로 합류하고, 갈비뼈 부상을 당한 이진영도 치료를 마치고 11월 말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큰' 이병규는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49제' 때문에 한국에 남아 잔류군과 훈련할 예정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박용택은 계약을 마친 후 합류 여부가 결정된다.
박종훈 감독은 "솔직히 플로리다에 가면 야구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조금은 답답하고 심심하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훈련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 26일 진주에서 있은 오후 타격훈련 중에는 그물을 붙잡은 쇠고리가 끊어졌다. 타자들의 땀과 눈물이 쇠고리를 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습관들이 모였을 때 이기는 습관이 되는 것이다. 이기는 것도 습관"이란 박 감독의 말 처럼 바뀐 장소에서 부는 신바람이 내년 시즌 LG를 9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지 기대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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