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찬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영화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을 연출했던 권칠인 감독의 신작 ‘참을 수 없는’의 남자주인공으로 나서 추자현과 호흡을 맞췄다.
극중에서 정찬은 어린 시절 가난했던 그 시절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를 지닌 답답하고 고지식한 의사로 출연한다. 정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하며 아내마저 답답하고 정형화되게 만들며 결국 겉으로 단란하게만 보였던 가정이 점점 흔들리게 된다.
“자기가 유지하고자 하는 상류층, 명예,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것들을 성을 쌓듯이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 캐릭터를 저한테 이입하려고 했다.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을 인물에 결부 시켜서 연기를 하는 편이다”

극중에서 외도를 하는 아내(한수연)를 보고 충격에 빠진 정찬. 이에 정찬도 한 집안에서 생활을 하게 된 아내의 친구 추자현과 미묘한 감정에 점차 휩싸이게 되고 아내가 없는 집안에서 추자현과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남자이지만 베드신이 불편하다. 촬영이 정말 불편하다. 이상하게 주연 맡았던 영화마다 베드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안 찍고 싶다. 좀 불편한 장면이 베드신이다. 그때는 권칠인 감독님이랑 자현이랑 상의를 많이 하면서 찍었다. 본래는 극중에서 베드신을 찍으며 남자가 꺼이꺼이 우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그 장면까지 들어가면 너무 침잠해 질 것 같다고 해서 감독님이 빼주셨다”

추자현은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으로, 사랑도 결혼도 일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처한 현대 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인물. 그와 반대로 모든 것을 갖췄지만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류층 의사로 분한 정찬과 서로의 매력에 빠져든다.
“추자현은 프로이다. 그 신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감독이 요구하는 것이 뭔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되게 편했다. 지금 해야 될 정확한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좋은 배우다”
극중에서는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자신은 아내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아내는 다른 집에서 어린 남자와 정사신을 벌이고 자신은 아내의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눈다. ‘참을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실제 정찬에게 참을 수 없는 일과 사랑이 있다면 어떤 종류일까.
“일할 때 참을 수 없는 것은 아마추어이다. 우리는 모두 돈을 받고 일을 한다. 아마추어라고 봐줄 이유가 없다. 돈 받으면서 일하는 프로이다. 철저하게 자기한테 요구하는 사항이나 자기가 해내야할 사항은 정확히 해내야한다. 프로의식이 없는 아마추어는 정말 참을 수 없다. 프로의식이 없는 사람, 슬렁슬렁 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사랑에 있어서는 ‘가식’을 참을 수 없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런 것을 좋아 한다. 그래서 외모에 있어서도 성형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얼굴을 지닌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후배들도 성형을 하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지금이야 얼굴이 예쁘지만 나중에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지 않아 감정이 살지가 않는다”

장동건 류시원 등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남자 배우들이 올해 들어 연이어 결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찬은 언제쯤 품절남 대열에 합류할까.
“오히려 요즘에 들어서 더 결혼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이 없어지고 있다. 지금은 완전히 싱글라이프에 적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 먹는 것에 좋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나 그런 것들은 없다.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배우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지향점은 언제나 배우이다. 배우라는 미명하에 연예인의 범주에 들고 싶지는 않다. 예술성만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관객수만을 지향해가면서 작품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인디 영화에 한 쪽 발을 빼지 않고 계속 가고 있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싶다.”
crystal@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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