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열풍은 무서웠다. 시청률 40%를 넘긴 객관적 수치도 그랬지만, ‘선덕여왕’의 주인공 고현정과 이요원의 파워 역시 거셌다.
일 년이 지났다. 지금 한 명은 브라운관으로, 또 다른 한명으로 새로운 영화를 가지고 충무로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결과는 사뭇 다르다.
역시 ‘미실’이다. 고현정은 SBS 수목드라마 ‘대물’에서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서혜림 역을 맡았다. 작가-PD 교체다, 정치적 외압이다 내홍을 겪고 있긴 하지만 고현정의 연기력과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고현정이 아니라면 최초 여성대통령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이러한 고현정의 열연 덕분에 ‘대물’은 30%가까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 이나영, 다니엘헤니 등 최고 스타들이 출연한 ‘도망자’라는 라이벌도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었다. 고현정의 ‘대물’은 비의 ‘도망자’를 가뿐히 제쳤다.
반면 이요원은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요원은 장진 감독이 제작한 영화 ‘된장’으로 돌아왔지만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대작은 아니지만 ‘된장’은 독특한 소재와 이요원이라는 배우, 장진 제작의 영화라는 플러스를 얻었지만 흥행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월 21일 개봉한 영화 ‘된장’은 개봉 일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현재 누적관객수 4만 2484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요원의 이름값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성적이다.
이렇게 성패가 갈 린 이유는 무엇일까. 고현정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배역을 맞아 꼭 맞는 옷을 입었지만, 이요원은 그렇지 않았다.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그랬듯 고현정은 이번 ‘대물’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강한 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남편의 죽음에 오열하던 모습도, 힘없이 당하는 사람을 위해 총대를 멘 모습도, 대통령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모습도 ‘고현정=서혜림’ 그 자체였다.
이와 비교해 이요원은 영화 ‘된장’ 속 된장 달인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였다. 미스터리 부분에서 그녀는 충분히 신비로웠지만, 된장의 깊은 맛을 내는 된장계의 장인으로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된장의 깊은 맛을 표현하기에는 어린 나이였고, 시골로 연상되는 된장과는 달리 지나치게 서구적이었다.
결국 일년 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만난 두 사람 중 승자는 분명했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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