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리얼리티 3종 세트 '화제'
OSEN 이정아 기자
발행 2010.10.28 10: 45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이 현실의 모습을 담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18일 첫방송 된 '역전의 여왕'은 빠른 전개와 김남주, 정준호, 채정안, 하유미, 박시후 등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전의 여왕'만의 무기는 바로 '리얼리티'다.
 

# “퇴직을 희망한다고? 어느 누가 희망을 갖고 퇴직을 하나? 퇴직은 절망해서 하는 것”
극 중 황태희(김남주)는 구조조정 본부장으로 온 구용식에게 '희망퇴직'이라는 말은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한다. 모두 절망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퇴직이지 어느 누가 희망이란 걸 갖고 퇴직을 하느냐는 것이다. '역전의 여왕'에서는 구조조정의 현장에서 직원들이 겪는 혼란과 당장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막막함, 차마 가족들에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애틋함을 절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자신이 쓰레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며 엉엉 우는 봉준수(정준호)의 눈물(4회), 청춘을 회사에 다바쳤던 기러기 아빠 목부장(김창완)이 꺼이꺼이 우는 사연(5회)은 바로 우리 현장의 이야기다.
# “지금 자기가 능력 있어서 그 자리에 있는 거 아니잖아? 내가 올려 준 거지”
'역전의 여왕'에서 황태희는 퀸즈그룹의 실세인 한상무(하유미)가 미래의 후계자로 황태희를 마음에 두고 이끌어 준 덕분, 소위 말해 라인을 잘 타 최연소 팀장 타이틀을 달았다. 하지만 봉준수와 결혼을 하면서 한상무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한상무는 팀장 자리에서 황태희를 내쫓고 백여진(채정안)을 대신 앉힌다. 하지만 한상무는 백여진에게도 능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님을 명심하고 조심하라며 “지금 자기가 능력있어서 그 자리에 있는거 아니잖아? 내가 올려준 거지”라고 서슬퍼런 당부를 내린다.
 
반면에 봉준수는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 백여진과 한상무의 눈 밖에 난 인물이기에 번번이 대리 승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죽어라 일하는 것보다 상사에게 아부 잘 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샐러리맨들의 한숨 섞인 한탄이 드라마 속에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팀장이 된 백여진에게는 황금두꺼비를,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황태희에게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물로 건네는 기획팀원들의 이중적인 모습 또한 사내정치의 이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통장과 재개발 아파트로 남자를 낚는다!” 솔직한 연애 관찰기
드라마 속 신데렐라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욕심이 없지만 백마 탄 남자들이 잘도 따른다. '역전의 여왕' 황태희는 손수건을 떨어뜨리는 청순가련 여주인공들과 달리 핸드백에서 후두둑 통장을 떨어뜨린다.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종부세 내는 여자라고 강조해 주고 그렇게 해서 겨우 88만원 월급 받는 수습사원 봉준수와 결혼에 골인한다.
이혼을 하고 애가 딸려도 재벌집 아들과 결혼할 수 있다는, 마음만 착하면 남자들이 그 성품에 반해 보호해 준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거부하고 있는 리얼리티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캐릭터들과 코믹한 상황이 적절하게 믹스돼 이 솔직한 연애 관찰기는 공감과 웃음을 유발한다.
제작사 측은 “‘역전의 여왕’이 갖는 현실적인 묘사는 바로 박지은 작가의 영향이 크다. 2009년에는 군인 아파트에서 소재를 얻어 '내조의 여왕'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 작가는 그동안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을 오가며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소재들을 발굴해왔다. 이로 인해 대사들 또한 단순히 극적인 묘사를 넘어 현실을 풍자하는 유머와 해학이 담겨 있어 매회 빛나는 어록들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happy@osen.co.kr
<사진>유니온 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